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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은우]심상찮은 물가 폭등

입력 2021-11-13 03:00업데이트 2021-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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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2%로 31년 만에 가장 높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에 눈이 튀어나올(eye-popping) 지경”이라고 했다. 중국 물가도 1996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유럽과 남미, 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10%대 물가 상승률을 보이는 곳이 수두룩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소비는 늘었는데, 원자재 값 폭등과 공급망 위기로 공급이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무료 급식소 ‘아빠의 집’에는 평범한 직장인까지 몰려든다고 한다. 폭등한 식품 값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난방용 가스 값도 치솟아 저소득층은 난방과 끼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다. 미국의 무료 급식소는 나눠줄 우유와 닭고기 부족을 호소한다. 개발도상국 서민들은 더 딱하다. 아무런 반찬 없이 빵이나 쌀만 먹거나 아예 굶는 사람들도 많다. 현지 언론들은 올겨울 굶어 죽는 사람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년 새 30% 이상 올랐다.

▷한국 물가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10월 수입물가는 35.8% 올라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에너지 곡물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이미 3%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상황이다. 원재료를 수입해 만드는 가공식품 값이 밥상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라면 식용유 육류 빵 설탕 등 안 오르는 게 없을 정도다. 중국처럼 사재기가 벌어지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을 초래한 공급망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 시점을 정하기도 난감하다. 공급망을 두고 미국과 중국은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두 나라 모두 기존 공급망을 상당 부분씩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힘이 팽팽하면 다툼은 길어지고, 물가가 진정되기 어렵다.

▷물가가 오르면 당장 고통스러운 것은 서민들이다. 치솟는 물가에 밥상 차리기도 힘겹고,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코로나로 빚이 불어난 자영업자들은 대출이 막혀 사채시장으로 내몰린다. 기름 값이 올라 난방도 걱정이다. 도시가스를 설치하지 못한 저소득층은 주로 등유를 난방에 쓰는데, 등유는 유류세 인하 대상도 아니라고 한다. 나갈 돈은 많아졌는데 겨울에는 일용직 일거리가 줄어 생계를 위협받을 위기다. 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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