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만사고 1위’ 부산항…“안전시스템 구축 위해 法개정 시급”

김화영 기자 입력 2021-10-01 03:00수정 2021-10-0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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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안전한 부산항 구축 토론회’
전국 항만 사망사고 발생의 63%를 차지하는 부산항의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28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5월 23일 부산항신항 배후단지 물류창고.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30대 노동자 A 씨가 대형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지게차 운전사가 하역작업을 위해 후진하다 A 씨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 부산 북항 감만부두 4번 선석에서도 지난해 12월 1일 사망사고가 있었다. 비가 내렸던 이날 대형 야드트레일러(YT) 기사가 검은색 우산을 쓰고 선석을 걷던 노동자 B 씨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것.

부산항운노조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 5월까지 부산 항만에서 숨진 노동자 수는 12명에 이른다. 이 기간 전국 항만 전체 사망자 수는 19명. 전체 항만 사망사고의 63%가 부산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항만 사고 1위’ 오명을 벗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항만의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부산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부산시의회와 부산항운노조, 지역노동사회연구소, 부산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항만의 중대재해 사례를 공유하고 안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어떤 정책이 시급한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대형 선박에서 물품을 내리는 항만 하역작업 전반에 걸쳐 위험이 상존해 하역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항에서 취급하는 화물 대다수가 철강과 조선기자재처럼 무게가 상당하거나 액화가스나 화학연료처럼 유해 위험 물질이다. 이 같은 화물 하역이 실외에서 이뤄져 혹한기 등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선박 스케줄 탓에 야간에도 작업에 투입돼야 하며, 노동자가 피로감을 호소해도 인력 부족으로 제때 교대가 이뤄지지 않아 추락과 화물 사이에 끼는 등 산업재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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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발표를 맡은 전문가들은 총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과 함께 노후 하역 장비의 정밀안전진단 등 재해 유발요인 없애기, 중대재해 발생 시 철저한 원인조사, 일상적인 감시 및 안전점검 활동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 개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상임활동가는 “항만사업장의 면적은 제조업 평균 공장용지에 비해 15.5배에 달하지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건설업과 제조업 중심으로 제정돼 있다”며 “항만 현실에 맞도록 법을 개정해 안전보건 관리자 선임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8월 시행 예정인 항만안전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세심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산연구원 손헌일 연구위원은 “노동조합이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제대로 된 특별법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며 “사업장 안전기준 강화 등 현장에서 꼭 필요한 대책이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항운노조 김형진 총무기획부장은 “하역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안전 교육장을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며 “노동자가 현장 위해요소를 24시간 감시하며 신고할 수 있도록 ‘안전신문고’를 항운노조 차원에서 구축해 다음 달부터 운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도용회 기획재경위원장은 “노조가 안전 대책을 직접 시행하는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역으로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등은 지금까지 항만 안전 시스템 구축의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항만에서는 국가의 대외 무역과 관련한 공적인 물류작업이 이뤄진다. 부산시와 부산고용노동청, 부산항만공사, 부산해양수산청 등이 협업해 제대로 된 항만안전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시#부산항#안전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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