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젊은 여직원들에 집착” 前 백악관 대변인 폭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9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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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오른쪽)
스테파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으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은 9개월 간의 재임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언론브리핑을 하지 않은 불명예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와 가족의 뒷이야기를 폭로한 회고록을 내면서 뒤늦게 다시 주목받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리셤은 10월 초 출간 예정인 저서 ‘이제 질문 받겠습니다: 내가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본 것’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중적인 태도를 기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계기 미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내가 지금부터 몇 분간 강경한 발언을 할 건데, 이건 카메라를 위한 것이니 이들이 나가고 나면 이야기하자”고 귓속말을 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미모의 여성 통역관을 데리고 왔는데, 이는 트럼프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미인계였다고 피오나 힐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 담당 고문은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젊은 여직원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집착했고, 한 여성보좌관에 대해서는 어디에 있는지 계속 묻거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안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데려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백악관의 직원이었던 당시 그리셤의 남자친구에게는 “그리셤이 잠자리에서 어떻냐”는 질문을 한 적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리셤이 언론에 거짓말을 하도록 종용했으며,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나오면 그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백악관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별명은 ‘라푼젤’이었고, 공식 회의석상에서조차 “우리 아버지가…”라는 말을 반복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공주’로 불렸다고 한다. 그리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에 대해서는 ‘말쑥한 정장을 입은 라스푸틴’이라고 부르며 그가 수시로 다른 참모의 프로젝트에 끼어들어 숟가락을 얹었다고 비판했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미국의 왕가(royal family)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는 내용도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8년 6월 텍사스 접경지역의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을 방문했을 때 ‘나는 상관 안하는데 당신은?(I Really Don’t Care, Do U?‘라고 적힌 재킷을 입었다가 논란이 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무실로 소환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으로 부인에게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질렀다고 그리셤은 전했다. 그리셤은 백악관 대변인이 되기 전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으로 일했다.

그러나 그의 책은 나오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물론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거짓말투성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렀다. 실패한 대변인이 트럼프 부부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자신의 무능함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성명을 내고 “그리셤은 불만이 많았던 전직 직원이었다”며 “거짓으로 가득한 책으로 짧은 수익이라도 얻으려는 절박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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