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되면 응시자 ‘탈락’ 처리…취준생들, 고향방문 포기 ‘집콕’

뉴스1 입력 2021-09-20 08:21수정 2021-09-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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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회가 사라지는 어떤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아요.”

대구가 고향인 취업준비생 김모씨(25)는 작년 추석 이후 1년여간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다. 올 추석에도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구직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행여나 코로나19에 확진돼 공채 응시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16학번인 김씨는 졸업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취업시장과 맞닥뜨렸다. 어느새 취업 준비 기간이 1년이 넘은 그는 “언제 뜰지 모르는 공채를 기다리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삭이고 절치부심하는 사이 1년이 지났다”며 “코로나19에 걸려 놓치기에는 시험 하나하나가 너무 간절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김씨처럼 명절에도 귀성을 포기하는 취업준비생 청년들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이 시험 기회 박탈과 컨디션 관리 등 취업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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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정모씨(26)도 추석 때 고향 집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대다수 기업에서 채용 전형 일정 중에 지원자가 코로나에 확진되면 ‘탈락’ 처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에 가는 것도 무섭다고 한다. 괜히 공부하러 갔다가 확진돼 취업 준비가 1년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 탓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확진자의 채용 기회를 박탈하는 가운데, 지원자를 배려하는 기업은 눈에 띄게 적다.

정씨는 “일부 기업은 지원자가 채용 전형 중간에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해당 채용에서는 배제하고, 대신 다음 채용에서 직전 채용의 성적을 감안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올해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무 평가 전에 확진됐다면, 다음 채용에서 필기시험은 자동 ‘합격’ 처리해 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측의 이런 조치도 확진자를 현 채용에서 배제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씨는 “당장 내년에 채용이 열린다는 보장이 없고, 나중에 회사에서 말을 바꿀 수도 있는 거다”며 “단순히 ‘취준생 편의를 봐주니 좋은 회사고, 내년에 시험을 다시 보면 되겠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험 기회를 보장받는 취업준비생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추석 귀성을 포기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박모씨(25)는 “시험이 80일 남았다”라며 “임용고시는 작년과 달리 확진자에게 시험 기회를 주지만, 자칫 코로나에 걸리면 내 컨디션에 너무 ‘마이너스’니까 올 추석에는 안 내려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이 고향인 박씨는 “상황이 이러니 부모님께서도 배려해주신다”라며 “굳이 고향집에 오지말라고 하신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않은 취준생의 57.2%가 연휴 기간 동안 명절을 보내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다는 알바몬의 설문조사도 있다. 11.3%는 ‘코로나로 고향도 못 가는 데 돈이나 벌려고’라고 응답했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씨(24)는 “현실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불편한 건 식비 부담이다”며 “돈 없는 수험생이 매 끼니를 밖에서 사 먹을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교류가 줄고 취업시장도 어려워져 취업준비생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훨씬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감이 높아졌지만 대체로 청년, 특히 취업준비생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더 커졌다”며 “취업준비생은 자신의 능력을 무조건 탓하지 말고,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무기력감을 떨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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