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삼성 백정현, 데뷔 14년 만에 첫 월간 MVP 영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8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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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삼성 왼손 선발투수 백정현(34)이 데뷔 14년 만에 생애 첫 월간 최우수선수(MVP)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백정현이 기자단 투표 총 32표 중 29표(90.6%), 팬 투표 32만807표 중 15만9851표(49.8%)를 획득해 총점 70.23점으로 리그 7~8월 MVP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2위 롯데 김원중(11.15점)과 압도적인 점수 차다. KBO는 올림픽 브레이크 등을 포함 해당 기간 약 4주간 경기가 편성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두 달 성적을 합산해 월간 MVP를 선정했다.

6월 MVP 투표 결과 5위를 받았던 백정현은 7, 8월 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6차례 등판해 5승을 따내며 이 기간 동안 다승 부문 1위를 달렸다. 기간 평균자책점도 1.16으로 한화 카펜터(0.30)에 이어 2위를 했다. 7월 2일 NC전부터 8월 18일 한화전까지 4경기 동안 25와 3분의 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앞서 5~6월 자신이 세웠던 28과 3분의 2이닝 연속 무실점에 이어 시즌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대구상원고 출신인 백정현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8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후 줄곧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치며 LA 다저스의 왼손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이름을 따 ‘오키나와 커쇼’로 불리기도 했지만 매 시즌 조금씩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7년 당시 개인 최다인 8승을 수확하며 이듬해부터 붙박이 선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안정된 투심 패스트볼 제구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구사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백정현은 올여름 뜨거운 활약에 힘입어 현재 시즌 다승 공동 3위(11승), 평균자책점 4위 (2.54) 등에 올라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할 경우 생애 첫 타이틀을 품에 안을 수도 있다. 지난해 왼쪽 팔꿈치 통증 등으로 7월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하며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1년 미뤘던 백정현으로선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시즌 전 5선발 후보로 꼽혔던 백정현의 에이스급 활약에 사자군단 삼성도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틔었다. 6년 만의 가을야구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삼성은 앞서 4월 MVP로 선정된 원태인에 이어 올 시즌에만 두 명의 월간 MVP를 배출했다. 7~8월 MVP로 선정된 백정현에게는 상금 200만 원과 75만 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신한은행의 후원으로 모교 대구중학교에 백정현 명의로 100만 원의 기부금도 전달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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