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품아’ 청약했는데… 학교설립은 ‘무소식’

최동수 기자 입력 2021-09-03 03:00수정 2021-09-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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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학교신설 문턱 높아져
교육부, 작년 47건중 12건만 승인… ‘10년이상 공터’, 여의도공원 24배
학교신설 지연-무산에 주민 불만, 전문가 “수요예측 정밀하게 해야”
2일 위례신도시 호반써밋송파1차 단지에 있는 학교 부지가 공터로 남아 잡초만 무성히 자라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거여동 위례신도시 A아파트 단지. 건물들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단지 중앙 공터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초등학교 용지이지만 학교 설립이 지연되면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입주 예정자인 워킹맘 김모 씨(38)는 “2년 전 청약 당첨 당시 아이 입학과 입주 시기를 맞출 수 있다고 들었는데 최근 교육청에 문의하니 걸어서 30분 걸리는 학교에 다니라고 한다”며 “아이 등교를 위해 육아휴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던 서울 주요 신규 택지에서 학교 설립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즉 ‘초품아’라고 해서 청약에 나섰는데 학생 수가 줄면서 단지 밖 학교로 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교육부에 신축 아파트 단지 인근에 학교 설립 심사 7건을 요청했지만 모두 승인받지 못했다. 위례신도시 내 산빛초(가칭)를 포함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인근 둔촌1초·둔촌1중,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 인근 세곡2초·중학교 등이다. 모두 신규 택지로 개발됐거나 정비 사업이 이뤄지는 지역의 학교로 기존에 지어진 주변 학교 학생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를 설립하는 대신 주변 학교로 배치하라는 이유였다.

300채 이상 개발사업과 관련된 학교용지는 학교용지법에 따라 시도교육청과 협의해야 한다. 택지 개발 단계에서 교육청이 학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 사업자가 학교용지를 확보해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개발계획을 허가받을 수 있다. 교육청이 교육부에 학교 설립을 요청하면 교육부가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학생 수가 줄면서 심사가 까다로워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전국 학교 47건에 대한 신설 심사 결과 12건(25.5%)만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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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분양을 앞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택지지구 내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역시 도보로 3분 이내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용지가 잡혀 있지만 실제 학교 설립은 불투명하다. 인근 초등학교 2곳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각각 14명, 22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부의 과밀학급 기준(28명)에는 못 미치는 수준. 이 단지의 입주 예정자 자녀들은 단지에서 1km 넘게 떨어져 있는 인근 초등학교에 다녀야 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에 당첨된 이모 씨(36)는 “청약 당시에는 학교용지가 옆에 있는 게 장점이라고 건설사가 지도까지 그려 놓고 홍보했는데, 이제 와서 학교 설립이 안 된다니 황당하다”고 했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건설사에 학교 설립이 확정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문제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의견이 엇갈리며 학교용지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국 학교용지 중에서 10년 이상 공터로 남은 곳은 모두 434곳으로 면적만 567만여 m²에 달한다. 서울 여의도공원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정밀하게 수요 예측을 해야 용지가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걸 막을 수 있다”며 “학생이 몰리는 곳은 과밀학급이 되기 전에 학교를 하루빨리 짓고, 오랫동안 공터로 방치된 곳은 계획을 수정해 주민 편의시설 등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초품아 청약#학교설립 무산#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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