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아프간 탈출 행렬…탈레반 점령 후 6000여명 대피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0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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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현지에서 6000여명이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각국 정부 측 통계에 따르면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아프간에 있던 외교관과 보안요원, 아프간 주민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현지에서 탈출한 사람은 약 6400명이다.

우선 미국은 16일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C-17 수송기를 통해 640명 상당을 대피시켰다. C-17은 최대 77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수송기로 알려졌지만 제조사인 보잉이 제시한 최대 탑승 인원은 134명이다.

공식 탑승 인원의 4.7배에 달하는 인원을 수송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송기에 올라타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상자가 발생했고 일부는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4시간 동안 미군 수송기로 2000명이 더 대피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2만2000명의 특별이민비자 신청자와 그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하루 5000~9000명씩, 이달 31일까지 후송 작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국인 1만1000명,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한 20년 동안 조력한 아프간인과 가족 등 8만명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경우 지난 15일 이후 약 1200명이 카불을 떠났다고 외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아프간 주재 영국 대사는 지난 17일 700명이 대피했고 수일 내로 작전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대변인은 18일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영국이 하루 1000명을 아프간에서 철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하이코 마스 외교부 장관은 아프간에서 500여명을 대피시켰으며 구조된 사람들 중 5분의 1이 아프간 국적이었다고 전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프랑스인 25명과 아프간인 184명이 밤새 대피했다고 밝혔고 덴마크 총리는 84명이 군용기를 타고 대피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앙크 베일레벨트 국방장관은 자국민 35명을 구출했고 향후 현지 대사관 직원, 통역관, 가족 등 1000명을 대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폴란드 외무부 차관은 18일 정부가 100여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50여명을 더 대피시켰다고 말했고 인도는 자국 공군기를 통해 아프간 주재 인도 대사를 포함한 170여명을 대피시켰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8일 카불에서 이슬라마바드로 날아온 200여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552명의 시민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일본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에도 아프간 내 소수 민족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일본은 대사관을 폐쇄하고 마지막 12명의 인원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현지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교민 1명과 대사를 비롯한 공관 직원 3명이 카불 공항을 통해 무사히 탈출했다.

아직 대피시키지 못하고 현지에 있는 자국민 및 관계자들의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스페인은 라디오 방송 카데나 SER을 통해 스페인 대사관 직원과 함께 일했던 아프간인 등 500여명을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고, 스위스 정부는 아프간에 있는 구호단체 근로자와 가족들 230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탈출 방해 공작으로 각국의 구출작전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탈레반은 카불 공항 인근에 검문소를 설치해 공항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통과를 허가하고 아프간 사람들에 대해서는 돌려보내며 통제 중이다.

사람들의 짐을 일일이 검사하며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향해 채찍질과 구타를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문소가 없는 길로 우회하더라도 탈레반 순찰조를 피해 공항까지 접근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탈출 후에도 이어진다.

각국 자국민들이야 귀국에 해당하지만 조력자인 아프간인들은 난민 신분이 된다. 하지만 현재 각국 정부들이 내놓은 난민 수용 계획이 예상되는 난민 수에 크게 미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만 해도 조력자와 가족들은 8만명에 가까운데 특별이민비자를 통해 수용하는 인원은 2만2000명에 불과하다.

영국과 캐나다는 여성, 종교 및 인권운동가 등 2만명씩 수용할 예정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난민 수용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가능 인원이 많지는 않다. 반면 터키와 파키스탄, 오스트리아 등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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