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람다 변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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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최악의 코로나19 사망률을 기록하는 나라는 페루다. 인구 10만 명당 596명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뜬다. 지난해 12월 페루에서 처음 발견된 람다 변이 때문이다. 초기엔 페루 전체 감염의 0.5%였던 람다 변이는 현재는 97%를 차지하는 지배종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를 강타하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30개 국가로 퍼져 나가는 기세가 심상찮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중순 이 변이를 ‘관심 변이’로 지정했다.

▷람다 변이는 알파(영국),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 감마(브라질), 델타(인도), 엡실론(미국), 제타(브라질), 에타(미국), 세타(필리핀), 요타(미국), 카파(인도) 변이를 잇는 11번째 코로나 변이다. WHO는 지난달부터 변이 발생 지역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그리스 문자로 변이의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변이가 생겨나면 24개 문자가 다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람다 변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핵심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7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돌연변이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를 더 잘 전염시킨다. WHO는 여러 국가에서 심각한 지역사회 전파를 유발할 때 관심 변이로 지정한다. 에타 요타 카파가 람다보다 앞서 지정된 관심 변이다. 델타는 올해 4월 관심 변이로 지정됐다가 한 달 만에 우려 변이로 격상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람다도 델타의 뒤를 이을 수 있다. 전파율과 치명률, 백신 저항력이 높은 우려 변이는 현재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이렇게 네 가지다.

▷최근 각국에서 델타 변이의 충격이 워낙 크다 보니 람다 변이에 대해서도 공포가 깊어진다. 델타만큼 전염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 변이에 대해 더 알기 전에 미리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맞선다. 람다 변이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은 발생 초기에 브라질에서 발견된 감마 변이로 오인됐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왔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전 세계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코로나 변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변이 분석능력을 키워야만 변이를 추적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다.

▷코로나는 자연계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인 인간과 진화적으로 열등한 바이러스 간의 쫓고 쫓기는 생존 싸움이다. 백신을 개발해도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며 달아난다. 코로나는 우리가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생명계의 일원으로 겸손해야 한다는 걸 일깨운다. 완전 퇴치가 어려워 보이는 코로나와 함께 사는 길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동시에 변이 연구와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코로나19#람다 변이#관심 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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