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뷰]‘탄소중립’ 이끌어 갈 신한울 1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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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무슨 일이든 첫 번째는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 최초의 발명 또는 국내 최초의 기록 등 ‘최초’란 수식어가 붙으면 두고두고 회자된다. 두 번째는 그만큼 주목받진 못해도 두 번째대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최초의 부족함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로 만들어낸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는 신고리 3, 4호기다. 똑같은 원전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건설돼 운전을 시작했다. 신한울 1, 2호기는 국내 두 번째 APR1400 원자력발전소이다.

신한울 1, 2호기는 신고리 3, 4호기에서 못 다한 원전 기술 국산화의 꿈을 이뤘다. 기술 자립을 하지 못했던 원자로냉각재펌프(RCP), 계측제어시스템(MMIS)을 국산화한 것이다. 원자로냉각재펌프는 원자로의 물을 증기발생기로 순환시켜 주는 핵심 부품으로, 2개 호기 기준 약 135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계측제어시스템은 원전의 두뇌이자 신경망으로 원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RCP와 MMIS 국산화를 통해 완벽한 기술 자립이 이루어졌다.

특히 신한울 1호기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반영해 강화된 안전 규제에 맞춰 설계되고 건설된 최신형 원전이기도 하다. 원전 운영 허가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한울 1호기 운영을 허가했다. 원전 기술 개발을 향해 달려왔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오랜 숙원이 해결된 것이다.

신한울 1호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최대 20억 원이고, 1년이면 7300억 원이다. 신한울 1호기는 대용량 전력 공급원으로 여름철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신한울 1호기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원자력발전으로 만드는 수소는 청정수소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없이 생산되는 수소이기 때문이다. 원가 경쟁력도 있다. 원자력 전기만 이용하면 현재의 기술로 1kg당 3000원대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유통과 저장 문제 그리고 대용량 수전해 기술력을 높이면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으로 미래 에너지를 선도해 나가는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환경이 급변하면서 원자력계가 어려움에 빠졌던 것이 사실이다.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취득으로 국내 원자력산업계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산업 생태계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안팎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도 허용되는 길을 잘 찾아가길 바란다. 국내 원자력계의 맏형으로서 원전산업계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줄 것을 기대한다. 원자력계가 짊어진 사명은 지금도 무겁다. 원자력계가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에너지 첨병’으로서 새로운 미래 에너지를 개척해 나가는 중책을 슬기롭게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탄소중립#신한울 1호기#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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