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놀 수 있어서 감사해요” 짜증 많던 아이들 웃음 되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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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친구 기아대책 ‘감사코칭’ 교육
코로나 장기화로 정서불안 증가… 지역아동센터 38곳 현장 교사들
감사코칭 프로그램 배워 진행… 매일 감사한 일 노트에 적게 하고
‘이달의 감사왕’ 선정해 상품 증정… 코칭 이후 부정정서 확연히 줄어

3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 행복한 홈스쿨에서 아이들이 감사 교육을 받는 모습(위쪽 사진). 기아대책은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아이들의 불안, 스트레스 등을 줄이기 위해 전국 행복한 홈스쿨 38곳에서 아동 1200명에게 ‘감사 코칭’을 시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감사노트(아래쪽 왼쪽 사진)를 작성하고 센터 곳곳에 비치된 감사 달력을 통해 일상의 감사함을 발견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 행복한 홈스쿨에서 아이들이 감사 교육을 받는 모습(위쪽 사진). 기아대책은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아이들의 불안, 스트레스 등을 줄이기 위해 전국 행복한 홈스쿨 38곳에서 아동 1200명에게 ‘감사 코칭’을 시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감사노트(아래쪽 왼쪽 사진)를 작성하고 센터 곳곳에 비치된 감사 달력을 통해 일상의 감사함을 발견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했을 때도 우리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 1000원이 있다면 누구한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3가지 정도 생각해 볼까요?”

3일 경기 남양주시 희망친구 기아대책(기아대책) 산하 지역아동센터 ‘화도 행복한 홈스쿨’에서 한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 메모지를 받아든 20여 명의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가득 글씨를 적어 나갔다. “베풀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메모지를 2, 3장 더 달라고 한 아이도 있었다.

이날 진행된 수업은 기아대책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 중인 ‘감사 코칭’ 교육이다. 기아대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이들의 정서 발달이 우려된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감사 교육을 도입했다.

○코로나19에 삭막해진 아이들

기아대책은 지난해 38개 지역아동센터 현장 교사들로부터 공통적인 우려를 접수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불안, 걱정, 스트레스, 무기력함, 분노 등 부정적 정서가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이경숙 화도 행복한 홈스쿨 시설장은 “작년에 코로나19로 학교도 못 가고 센터도 긴급돌봄만 하니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다”며 “뭘 하자고 해도 하기 싫다며 짜증을 냈고 감염 불안이 커서 서로 접촉하는 것도 꺼려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이 언제일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아대책은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감사 코칭이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감사의 가치를 함께 나눔으로써 아이들이 이를 보는 관점을 달리하는 ‘마음 근육’을 키워내려 한 것이다.

이에 기아대책은 지난해 10월부터 감사 코칭 양성 과정을 진행했다. 전국 38개 산하 센터에 근무하는 행복한 홈스쿨 교사 86명 모두가 참여했다. 감사 코칭 진행법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센터에 오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소소한 감사한 일을 정리하게 된다. ‘피구 수업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친구와 같이 급식을 먹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등을 적는 식이다. 이 외에도 매월 ‘이달의 감사왕’을 선정해 상품을 증정한다. ‘우리에게 감사란’을 적을 수 있는 달력도 센터 곳곳에 비치해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늘 감사를 떠올리게 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게 왜 감사해요”에서 “모든 게 감사하다”로

아이들이 처음부터 감사할 일을 잘 찾아냈던 것은 아니다. 이 센터장은 “처음에 감사한 일을 쓰라고 하면 10명 중 9명은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럴 땐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했어요. ‘코로나19로 일상이 중단되고 보니 예전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요즘은 감사하지 않니?’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다 보니 요즘은 아이들이 감사 일기 쓰는 시간을 더 좋아해요.”

이윤서 양(10)은 “처음에는 감사한 것들이 생각이 잘 안 나고 ‘이게 감사할 일인가?’ 했는데 요즘에는 단순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낀다”며 “센터에 나와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다고 서로 대화도 많이 하다 보니 친구들이랑 더 친해져서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아대책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설문지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아이들의 부정적 정서가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코칭을 하기 전에 부정적 정서는 5점 만점에 2.32점이었지만 교육 이후에는 2.21점으로 0.11점 감소했다. 감사 성향 역시 증가했다. 3.89점이었던 감사 성향이 4.02점으로 증가한 것. 감사한 마음이 스트레스, 짜증, 불안 등을 물리쳤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집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감사 훈련을 하는 게 정서 발달에 좋다고 조언했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식물 키우기를 하다 보면 생명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정서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의 스트레스도 증가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정서 활동에 부모도 함께 참여하면 좋다”고 말했다. 김은영 한신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들 때 그 내용들을 글로 정리하면 부정적인 감정도 낮추고 감정 조절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온 가족이 함께 ‘감정 일기’를 쓰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서로 알게 되면서 정서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아이들#감사코칭#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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