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의 ‘불통 행정’… 주민들은 피곤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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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동 주상복합 공사 민원부터 지역 공공도서관 설립 요청까지
소통부재 정책으로 시민들 불만
구정질의 요구 자료 공개 거부도

최근 열린 대구 중구의회 제270회 임시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경숙 의원이 도심 아파트 재개발로 인한 근대 유산 소실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구 중구의회 제공
최근 열린 대구 중구의회 제270회 임시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경숙 의원이 도심 아파트 재개발로 인한 근대 유산 소실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구 중구의회 제공
“하루 종일 들리는 아파트 공사 소음 때문에 민원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대구 중구 동인동 시청 본관에서 일하는 공무원 김모 씨(36)는 지난해 말부터 근무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시청을 둘러싸고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공사가 잇따라 진행돼 소음뿐 아니라 분진 발생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시청 주변 반경 150m 내에는 아파트 공사 현장이 4곳에 달한다. 곧 착공하는 현장을 포함하면 모두 6곳에 달한다. 김 씨는 “달서구 신청사 건립 사업이 첫 삽도 뜨지 못했는데 빨리 이사 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섰다. 최근 시청 남쪽 동인동2가 일대 건축 허가 및 착공 제한을 위한 서류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관할 중구가 갑자기 제동을 걸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조치 철회 요청 공문을 대구시에 보낸 것이다. 현재 시는 철회 요청을 수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의 한 간부는 “시청 주변의 대규모 공사로 인해 민원인, 공무원,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중구가 이곳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의 행정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 및 사업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의견 수렴 마찰로 인해 자칫 행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도서관 설립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2019년 중구에 있는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아카이브 및 박물관으로 전환하기로 해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구 내 공공도서관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주민들과 중구의회 차원에서 신규 도서관 설립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중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초 연구 용역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결국 권경숙 우종필 이경숙 홍준연 의원 등 4명의 중구의원이 팔을 걷었다. 자신들의 정책개발비를 모아 도서관 설립을 용역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경숙 중구의원은 “최근 용역 결과 쓰지 않고 비어 있는 건물을 활용해 도서관을 만들면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 및 지역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집행부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주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중구가 구정(區政) 질의를 위해 의회가 요구한 자료를 일부 누락하거나 아예 공개를 거부하면서 말썽을 빚는 일도 잦다. 이 의원은 “구의원 활동을 시작한 2018년부터 집행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질문 의도와 다른 동문서답을 하거나 며칠간 버티다가 자료를 주지 않기 일쑤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의원은 올해 4월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중구의 재개발과 근대문화유산 훼손 문제를 지적했다. 카페 소금창고(1910년 개점), 카페 백조다방(1950년 개점), 독립영화협회 동호회 모임방(1950년 개점) 등 3곳이 북성로 주변 아파트 건립 공사로 사라졌다는 것.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개선 의지조차 볼 수 없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정보 열람조차 거부당하고 있다. 이는 주민 대표인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8일 제271회 중구의회 제1차 정례회 5분 발언에서 최근 불거진 중구의 행정 소통 문제를 지적하고 조직의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독단적인 행정으로 인해 곤경에 빠지거나 막대한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았다는 점을 곱씹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 중구#불통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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