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길”…47.2m 누리호, 첫 하늘 향해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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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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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기립 다중노출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1.06.01 /뉴스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기립 다중노출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1.06.01 /뉴스1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에는 ‘우주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우주로 향하는 배 ‘누리호’ 발사를 준비하는 현장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1일 오전 7시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모습이 최초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누리호는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증 모델로, 실제 발사에 쓰이는 비행모델과 동일한 모습과 무게를 가졌다. 발사체의 총 길이는 47.2m로 3단으로 구성됐다.

이날 나로우주센터에는 누리호 공개 및 발사대 이동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취재진 70여명이 체온 확인, 문진 작성 등 방역절차를 거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가 보안시설이라 사용이 제한된 스마트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야했다.

방역 및 보안 절차를 마치고 한쪽에 바다가 펼쳐져 있는 산길을 차로 달려 들어가면 보이는 발사체 조립동은 굳게 닫혀있었다. 구름없는 쾌청한 하늘아래 이송을 맡은 현장 관계자들은 준비 작업에, 취재진은 카메라 설치에 분주했다.

이내 굳게 닫혔던 문이 서서히 열리고, 11년여간의 개발사업의 결과물인 누리호 인증모델이 머리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정밀하게 조립된 발사체가 특수 제작된 무인 운반 차량(트랜스포터)에 실려 천천히 건물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발사체 앞·뒤의 작업자가 원격 조종으로 발사체 운반 차량을 운전했다.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취재진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야 했다.

발사체를 쉽게 발사대에 올리기 위해 발사체는 조립동 앞에서 머리가 뒤쪽, 꼬리가 앞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발사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발사대로 가는 길은 9~10%의 경사로에 길도 꼬불꼬불 휘어있었다. 직선거리는 1㎞를 약간 넘지만 도로가 굽이져 있는 탓에 총 거리는 1.8㎞였다. 발사체 운반 차량은 시속 1.5㎞의 속도로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 1시간10분만에 발사대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늘과 우주를 위한 도전’ 이라 쓰인 현수막이 나부끼는 발사대는 각종 공조시설 소음으로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흰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은 본격적으로 기립 작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약 1시간40분의 사전작업 끝에 발사체는 거대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꼬리 쪽의 두 개의 실린더 방식의 기립 장치에 의존해 40m가 넘는 누리호가 하늘을 향해 일어서는 모습을 현장 관계자들은 두 눈에 담기 바빴다.

기립이 완료되자, 현장 작업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다음 작업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발사체는 발사대와의 가스관, 전기 배선 등과의 결합 시험 등을 거치게 된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이어진 브리핑에서 “발사대 쪽에 모형(mock-up)을 가지고 이송 및 기립하는 작업을 해오다가 이번에 실제 기체로 처음해보게 됐다”며 “(발사대에) 실기체를 세워보는게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서 우리손으로 만든 기체를 세우는 게 감개 무량하다. 갈 길이 아직 남아있지만 우리 스스로 해본 것 대해 자부심 느끼고, 앞으로 갈 길에 대한 기대감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관심과 기대를 많이 느껴왔다. 개발과정에서 일정을 연기하게 되어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며 “빨리 기술을 확보해서 국민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0월 발사도 어떤 시행착오를 겪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늘 해왔듯이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고흥=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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