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수막에 “내로남불” “무능” 못 쓰게 한 선거법, 개정 서둘라

동아일보 입력 2021-04-26 00:00수정 2021-04-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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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시설물, 인쇄물을 이용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관위는 4·7 재·보선 당시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현수막에 ‘내로남불’ ‘무능’ ‘보궐선거, 왜 하죠?’ 등의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개정 의견은 시설물, 인쇄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선거법 90조와 93조를 폐지하고, 투표 참여 권유를 좀 더 자유롭게 허용하자는 것이다.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같은 투표 독려 문구를 현수막에 쓸 수 없다고 했던 선관위 결정은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 선관위가 선거법 조항을 핑계로 여당에 유리한 결정을 했다는 편향성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다만 해당 조항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도 분명한 만큼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이미 온라인이나 전화, 말로 하는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는데도 유독 시설물, 인쇄물에는 똑같은 내용의 문구라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개정 의견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일반 유권자도 정당 기호나 후보자 이름이 새겨진 선거운동용 모자나 어깨띠, 윗옷 등을 제작하거나 구입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후보자와 배우자 및 선거사무원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현행 조항은 선거운동 자유를 지나치게 옥죄는 만큼 함께 개정돼야 한다.

선관위는 2013년과 2016년에도 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국회가 국민의 높아진 정치의식 수준이나 달라진 선거운동 문화를 반영해 낡은 법 조항을 손질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선거 유불리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작은 득실에 얽매여선 안 된다. 선관위의 편향성 시비를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도 1년 안팎으로 다가온 만큼 국회는 선관위 의견을 받아들여 즉각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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