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국민을 위한 ‘용산공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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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동경영]용산공원 ‘국민참여단’
전 세대-지역 아우르는 300명
조성 방향 논의하고 정책 제언
6월까지 ‘국민권고안’ 마련도

300여 명의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 공원 조성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 박사급 전문가 10명이 모든 워크숍에 멘토로 참여해 논의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용산공원 국민참여단 워크숍.
300여 명의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 공원 조성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 박사급 전문가 10명이 모든 워크숍에 멘토로 참여해 논의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용산공원 국민참여단 워크숍.
이달 초 서울 서빙고역 건너편에 있는 용산공원 부분개방터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용산공원의 조성 방향을 논의하는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5만여 평의 넓은 공간에 모여서 토론을 하는 이들은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다. 1월 16일에 발대식을 한 뒤로 벌써 두 번째 만남이다.

국민참여단 임수현 씨는 “용산공원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이어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다현 씨는 “장애인들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공원을 조성할 때 우선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내며 서로 다른 의견은 조율하고 단순한 아이디어는 더 깊게 논의하고 발전시켰다.

용산공원은 117년간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미군기지를 국민이 누리고 활용하는 생태자연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이다. 공원 규모는 여의도와 비슷한 수준으로서 약 300만 m²에 이르며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샌프란시스코의 프레시디오 공원과 같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원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공원이 조성되면 남산부터 한강까지 서울을 관통하는 녹지축을 형성해 국민들의 삶에 여유를 주는 휴식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공원은 오랜 기간 외국군 주둔기지로 사용된 곳이다. 우리 역사의 굴곡을 온전히 겪어낸 현장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 국민의 휴식공간인 ‘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원 조성 과정부터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이에 따라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을 300여 명 선발하고 공원 조성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 국민 모두의 목소리를 골고루 담기 위해 모집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에는 17세 고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한다. 용산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 멀리 부산 시민 등 전 세대와 전 지역을 아우르는 국민들로 구성됐다.

국민참여단은 총 4개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논의에 참여해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논의그룹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 밖에 논의를 촉진하고 진행을 돕는 ‘코디네이터그룹’, 용산공원에 대해서 깊게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그룹’, 용산공원 국민참여단 활동을 널리 알리는 ‘청년크리에이터그룹’으로 구성됐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10개의 분임으로 나뉘어 4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용산공원의 정체성 △용산공원의 생태·역사·문화적 이용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 개발 △용산공원에 대한 지역사회 관점에서의 의제 발굴 △용산공원 일대 역사문화유산 활용방안 탐구 등이다.

과거 국민참여단은 2박 3일 등 단기간 안에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었다. 주로 찬성과 반대를 결정하기 위한 집중적 논의 방식이었던 것. 하지만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찬반을 가르는 논의가 아니라 어떤 방안이 더 좋은 공원을 위한 방향인지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국민참여단 활동 기간은 6개월이다. 비슷한 여타 활동보다 상당히 긴 편이다.

참여단은 정식 논의활동 이전에 7주간 사전 온라인 교육 과정을 통해서 공원의 역사와 비전, 조성 방향 등 배경지식을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다. 3월부터 매월 열리는 정기 워크숍은 심층적이고 풍성한 논의를 위해서 전문가 발제 및 특강, 브레인스토밍, 클러스터링 기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국민참여단 논의는 25명 내외로 구성된 10개 분임조로 나눠 진행된다. 분임마다 부여된 세부 논의 주제가 있기 때문에 논의는 상당히 깊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루게 된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의 논의를 진행하지만 내용적 중심을 제대로 잡기 위해 공원 조성과 연관된 경험이 풍부한 박사급 전문가 10명이 모든 워크숍에 멘토로 참여해 논의를 이끌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국민참여단 운영 방식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논의를 전개하고 통합하는 과정도 까다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초의 국가공원을 서울 도심에 대규모로 조성하는 과업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이다.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논의 내용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루는 내용과 제안의 깊이가 풍성해진다. 예를 들면 단순히 “지하철이 언제 연결되느냐”는 단순한 호기심은 논의를 통해서 “도심 공원을 모든 시민들이 즐길 수 있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교통성과 접근성에 대한 논의로 발전됐다.

또 “용산 미군부대 안에 있는 건물 중 무엇을 보존해야 할까”와 같은 단순한 의견도 “어떤 건물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그 유물은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줄 수 있는가”라는 수십 년을 내다본 안목으로 발전되고 있다.

국민참여단 연구그룹은 사전에 연구 공모를 통해서 선정된 10개의 팀이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팀별로 멘토가 배정돼 연구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전문적 견해와 조언이 필요할 경우 관련 전문가와의 만남도 주선한다.

18일 용산공원 이동성 연구그룹은 최초의 장애인 판사이자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박은수 변호사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장애인 이동성과 관련해 박은수 변호사는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라면 국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측면의 공원 설계를 당부했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6월까지 논의를 지속하여 국민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용산공원#국민참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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