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소통 늘려 단골 확보” 코로나 와중에 북카페 개설 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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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판사들 공격 마케팅
카페꼼마, 연내 전국 8곳으로 확대… 창비는 작가와 만남 장소로 활용
영화 촬영장소 등 복합공간 지향

시인 이병률이 19일 서울 종로구 카페꼼마 삼일빌딩점 안 식물가게 ‘그대가 준 꽃’에서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위쪽 사진). 그는 “식물가게에서 젊은 독자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운다. 올 8월에 문을 여는 카페꼼마 신사점에도 식물가게를 차린다”고 했다. 카페꼼마 삼일빌딩점(아래 왼쪽 사진)과 창비 부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창비 제공
시인 이병률이 19일 서울 종로구 카페꼼마 삼일빌딩점 안 식물가게 ‘그대가 준 꽃’에서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위쪽 사진). 그는 “식물가게에서 젊은 독자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운다. 올 8월에 문을 여는 카페꼼마 신사점에도 식물가게를 차린다”고 했다. 카페꼼마 삼일빌딩점(아래 왼쪽 사진)과 창비 부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창비 제공
19일 서울 종로구 북카페 ‘카페꼼마 삼일빌딩점’. 책 수백 권이 꽂힌 책장 바로 옆으로 식물가게가 있다. 가게에 들어서자 한참 꽃을 다듬던 중년 남성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앞치마를 한 얼굴이 익숙해 자세히 살펴보니 시인 이병률(54)이다.

이병률은 출판사 문학동네의 계열사인 ‘달’ 대표다. 출판사 달에서 펴낸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유명 시인인 그에게 “왜 꽃을 다듬고 있느냐”고 물으니 “예전부터 식물가게를 열고 싶었다. 가게 이름은 ‘그대가 준 꽃’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곳에서 식물을 보살피는 이병률을 보러 카페를 찾는 팬들도 많단다. “일주일에 3, 4일은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요. 주말엔 식물 강의를 하며 독자들을 만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도 주요 출판사들이 북카페를 열고 있다. 문학동네의 카페꼼마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일 삼일빌딩점을 오픈한 데 이어 8월에는 서울 강남구에 약 1650m² 규모로 신사점을 열 계획이다. 지문희 카페꼼마 이사는 “문학동네는 독자들과 오랫동안 소통해온 콘텐츠 생산자다. 카페꼼마에도 책을 매개로 저자와의 만남뿐 아니라 커피나 빵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것”이라며 “연내에 전국 지점을 8곳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가 수도권에만 생기는 건 아니다. 창비는 19일 부산 동구에 ‘창비 부산’ 카페를 열었다. 부산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여행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에는 카페 이용자가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 1500여 권이 비치돼 있다. 계간지 정기구독자나 온라인 홈페이지 가입자 등 창비 서비스를 이용하면 2시간 동안 카페에 머물 수 있다. 일반인들이 이곳을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창비 서비스에 가입하기도 한다.

창비는 방역지침을 감안해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젊은 작가들의 강연을 카페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의 장류진 작가, 청소년 소설 ‘페인트’의 이희영 작가 등 창비가 펴낸 책의 저자들을 만날 수 있다. 강서영 창비 홍보부 과장은 “작가와의 만남 등 독서 행사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도권 거주 독자들을 배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출판사가 북카페를 열기 시작한 건 약 10년 전부터다. 단순히 커피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목적은 아니었다. 우연히 카페에 들른 방문객들에게 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다. 물론 출판사 문학 행사에 참여한 독자들이 북카페의 매력에 빠져 단골 고객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카페들이 잇달아 폐업하고 있음에도 주요 출판사들이 북카페를 여는 건 출판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독자와의 접점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강서영 과장은 “창비 부산 개점에 앞서 코로나 유행이 시작돼 개점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독자와 만나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하에 개점을 밀어붙였다”고 했다.

최근 출판사 북카페는 저자와 만나는 공간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카페꼼마는 드라마 등 주요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병률 시인처럼 작가들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일부 건물주는 유동인구가 모이는 북카페가 건물에 입주하는 걸 선호해 임대료를 낮춰주기도 한다.

북카페가 다른 문화공간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주요 출판사들은 지명도 높은 저자와 책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며 “북카페의 서비스를 통해 출판사의 질 좋은 콘텐츠를 고객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북카페#코로나#공격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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