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R&D 전문기관은 ‘디지털 조력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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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신축년 새해,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운영해 오던 연구개발(R&D)지원사업 관리 규정을 일원화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됐다. 혁신법 시행으로 각 부처에서 운영 중이던 286개의 개별 규정이 통일되고 연구현장의 행정 부담이 줄어 연 27조4000억 원에 이르는 국가연구개발예산 지원 체계가 혁신적으로 바뀔 것이다.

혁신법 시행에 이어 올해 말에는 연구자들이 이용하는 과제지원시스템도 단일화될 예정이다. 현재 구축하고 있는 통합과제지원시스템은 연구자 정보를 하나로 묶어서 관리하고, 과제별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행정정보 연계를 통해 간소화하는 등 연구자 행정 편의성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우리는 R&D 혁신 시대에 살고 있다.

통합과제지원시스템이 개통되면 R&D 전문기관들의 과제 관리 환경도 달라진다. 부처별 과제 창구가 일원화되어 공고 및 접수, 평가 관리, 성과 분석 등 전문기관의 고유 업무가 통합시스템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전문기관 입장에서 과제지원시스템이 일원화되는 것은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는 일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부처 간 칸막이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활용 가능한 전문가 풀(pool)이 풍부해지고 기관 간 데이터 기반 교류가 지금보다 더욱 원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데이터 문해력(Data Literacy)’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혁신법 시행, 통합시스템 개통에 맞춰 R&D 전문기관의 책무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통합된 과제지원시스템 이용자나 관리자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의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

공유와 협업의 원칙을 바탕으로 평가위원 풀을 공동 이용하고 평가 관련 데이터를 지원하여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공공 부문의 데이터를 민간에 적극 개방하여 이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들이 활발하게 창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일부 R&D 지원 전문기관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담조직 신설을 시작으로 온라인 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관계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방대한 정보 교류 방안을 찾고 있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자처럼 R&D 전문기관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주연이 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데이터 연결점을 찾아내고 유연하게 이어주는 ‘디지털 조력자(Digital Facilitator)’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 이행이 병행될 때 연구자의 노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디지털 조력자#r&d#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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