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원에서 누리는 충만한 치유의 에너지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3-13 03:00수정 2021-03-1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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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쓸모/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고정아 옮김/360쪽·1만6800원·윌북
인간은 타인을 관찰할 수는 있지만,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는 공간을 안전하다고 여겨왔다. 저자는 정원이야말로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노란 햇살을 맞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들을 가만히 바라볼 때, 흙냄새를 맡으며 녹음이 우거진 길을 거닐 때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테다.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숨 돌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랬을까? 30년간 정원을 가꿔 온 미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식물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과학적으로도 증명 가능하다고 말한다. 마당이 있는 집보다 공동주택에 사는 이들이 더 많은 한국에서조차 홈 가드닝 열풍이 부는 이유가 집에 갇힌 사람들의 무료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쟁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저자의 외할아버지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식물을 가꾸며 일상을 회복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저자의 어머니 역시 인생의 위기 때마다 땅을 파고 잡초를 뽑으며 상실의 고통에 대처했다. 저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후 식물이 사람을 치유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식물을 두고 전 세계에서 이뤄진 각종 연구 결과를 그러모아 이 책에 담았다.

식물은 특히 도시생활자에게 중요하다. 도시는 경제의 엔진이고 문화의 중심지이지만 도시 생활에는 대가가 따른다. 시끄럽고, 붐비고, 오염된 환경에서 도시인들은 내면에 좌절, 피로감, 불안, 적대감을 쌓아 간다. 땅은 부동산으로서의 가치와 그에 대한 수요 때문에 대도시에 남아 있는 소규모 녹지는 늘 위협을 받는 처지다.

저자는 가로수의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시카고대 환경과신경과학연구소가 2000년대 초반 캐나다 토론토의 한 주거지에서 벌인 연구에 따르면 블록마다 나무 열 그루만 더 있어도 소득이 1만 달러(약 1100만 원)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미국 일리노이대는 나무와 정원을 갖춘 건물 근처에서는 범죄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녹지가 부족한 곳에 정원을 꾸미거나 나무를 심으면 범죄율을 7%까지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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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연구자들은 최초의 원예가 5만3000년 전 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의 열대 숲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이곳 정글의 토양과 강우 패턴을 분석한 결과 거주민들은 낙뢰 맞은 땅을 보고 불의 힘을 이용해 땅을 비옥하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사람들은 물길을 만들고 잡초를 뽑고 모종을 이식하며 자연을 인간의 손길로 가꿨다. 경작은 거친 땅을 ‘인간화’하는 작업이다. 영어 단어 ‘culture(문화)’의 어원은 ‘cultivate(경작, 재배)’에서 왔다.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식물을 심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고고학자 앤드루 셰라트는 “사치 작물을 기르는 원예에서 필수 작물을 기르는 농업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원예가 처음부터 문화의 표현이었다는 의미다.

2005년 미국 럿거스대의 연구에 따르면 선물로 꽃을 받은 집단과 다른 물건을 받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꽃을 받은 이들은 모두 ‘뒤센 미소’(진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웃음)를 지었다고 한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요즘, 소중한 사람에게 싱그러운 식물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정원#치유#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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