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가락에 굳은살 흔적 남긴 絃… 그 천년의 역사를 담았죠”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3-10 03:00수정 2021-03-1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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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로 2집앨범 ‘현의 유전학’ 내놔
임선혜-용재오닐 등 참여… 13일 음반출시 기념 리사이틀
새 음반 ‘현의 유전학’(오른쪽 사진)에서 바이올린과 현악기 전반의 오랜 역사와 다양한 면모를 조감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크레디아 제공
“현(絃)의 역사는 텐션(긴장)의 역사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현의 역사를 앨범 한 장에 담았다. 그와 파가니니의 이름을 합쳐 ‘인모니니’로 부르는 음악팬이 많은 만큼 기대가 쏠리고 있다.

스무 살 때인 2015년, 3년마다 열리는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가 9년 만에 배출한 우승자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양인모는 최근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두 번째 앨범 ‘현의 유전학’(The Genetics of Strings)을 내놓았다.

담아낸 시대만 천 년에 가깝다. 12세기 여성음악가 힐데가르트 폰 빙겐의 ‘위로주시는 불의 영이여’(O ignis Spiritus paracliti)로 시작해 18세기 작곡가 코렐리, 19∼20세기의 할보르센과 라벨, 20세기 작곡가 시체드린의 작품과 피아졸라의 탱고 등을 두루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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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강남구 음악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인모는 “내 손가락에 굳은살이라는 흔적을 남긴 ‘현’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탐구는 조율(튜닝)과 바이올린 현에 대한 다양한 실험, 여러 동료 음악가들과의 협업을 남겼다. 첫 곡인 빙겐의 곡은 성악곡이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노래를 하고, 그가 바이올린 파트를 만들어 추가했다. “현과 불(라틴어 Ignis)은 본디 밀접하죠. 인류가 활비비(줄로 송곳을 회전시켜 불을 일으키는 장치)로 불을 피우던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할보르센의 ‘사라방드와 변주곡’은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와 함께했다. “비올라와 함께하면 울림이 훨씬 풍성해지죠. 모든 것이 두 배가 돼요.”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는 기타리스트 박종호와, 라벨 ‘치간’은 피아노 대신 마리온 라보트의 하프 반주와 함께했다. 하프는 피아노만큼 민첩하지 않지만 대신 특유의 풍성한 배음을 들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코렐리의 소나타 d단조 ‘라 폴리아’에선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와 첼로가 함께한다. ‘긋는’ 현악기와 기타, 하프, 하프시코드 등 ‘뜯는’ 현악기가 줄들의 향연을 펼치는 셈이다.

19세기 이전의 곡은 옛날식 거트(양 창자) 현을 사용하고 현대보다 반음 또는 그 이상 낮은 옛 시대의 조율을 살렸다.

그는 ‘클래식은 시대가 아니라 성격 또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클래식의 멋있는 속성을 ‘클래식 음악’이 가장 쉽고 완성도 높게 보여주지만, 클래식 음악에만 그 멋이 있는 건 아니죠. 여러 곳에서 ‘클래식한 멋’을 찾아 나가려 합니다.”

13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반 출시 기념 리사이틀도 연다. 피아니스트 홍사헌과 이번 음반에 함께한 기타리스트 박종호가 함께 출연한다. 3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양인모#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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