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망 같이 쓰고 앱마켓도 공동 경영… 똘똘 뭉친 이통3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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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업계 라이벌은 옛말
가입자 뺏기 소모전 줄어들자 3사 영업익 1년새 모두 늘어나
기존 IT기업들과 경쟁 넓히며 새 성장동력 함께 찾아나서

치열하게 가입자 확보 전쟁을 벌여 오던 이동통신 3사가 최근 경쟁 대신에 협력을 확대하고 나섰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3사 간 경쟁의 실익은 낮아졌고, 오히려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의 경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통 3사는 3일 토종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원스토어 투자를 통해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있는 원스토어에 KT와 LG유플러스가 총 260억 원을 투자하며 3사의 지분은 53.9%가 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단순 투자를 넘어 원스토어의 공동 경영체제 구축에 나서게 된다.

세 회사는 앞서 모바일 인증서 ‘패스(PASS)’ 구축에도 손을 잡았다. 이통 3사는 각자 운영하던 모바일 인증서를 2018년 통합해 패스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ICT 기업들이 대거 모바일 인증서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패스 가입자는 지난해 말 3100만 명으로 카카오(2000만 명), 토스(2400만 명) 등을 앞지르고 있다. 이통 3사의 공동 마케팅 등에 힘입은 결과다. 또한 KT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협력체 ‘AI 원팀’에 LG유플러스도 참여하고 있다.

이통 3사는 핵심 사업인 5세대(5G) 이동통신에서도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8월 3사는 농어촌이나 산간 등 교외 지역에서 5G 기지국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5G 커버리지(도달 범위) 확대 요구에 맞추면서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다. SK텔레콤과 KT는 올해 1월 통화를 건 상대방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영상 컬러링 ‘V컬러링’ 서비스 제휴에 나섰으며, LG유플러스의 참여도 앞두고 있다.

경쟁 관계인 이통 3사가 협력에 나서는 것은 사업 환경의 변화로 지나친 경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사는 2019년 5G 도입을 전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 가입자 확보에 나섰지만 시장점유율 변화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통사들은 가입자 유치 비용을 줄여 나갔고, 그 결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케팅 활동이 위축됐음에도 실적은 오히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 관계자는 “비용만 늘어나고 효과는 사실상 거의 없는 소모전은 자제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통 3사가 탈(脫)통신을 추구하면서 경쟁 상대가 IT 업계 전체로 확대되면서 3사 간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원스토어 지분 투자는 앱 마켓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구글, 애플에 맞서 이통 3사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패스 인증서를 통한 협력도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IT 기업과의 디지털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 이외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업계에서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아 고민이 크다”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힘을 합쳐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3사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28GHz(기가헤르츠) 초고주파 대역 5G 통신망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이통 3사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게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5g망#이통3사#공동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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