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40대도 청춘인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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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청춘/장 비야르 지음·강대훈 옮김/96쪽·8800원·황소걸음

※ ‘뒷날개’는 책 뒤표지를 안으로 접어 만든 부분으로, 저자나 관련 책 등을 소개하는 곳입니다. 책의 향기는 ‘뒷날개’에 출판사 편집자와 서점 MD의 서평을 담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추월의 시대’(메디치미디어)를 읽었다고 한다. “오랜만의 독서를 통해 청년세대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라는 평인데, 책 저자들을 두고 “30, 40대 청년들”이라고 한 게 충격이었다.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청년 필자에 40대가 포함된 것이다. 사실 출판계도 저자와 편집자의 고령화로 인해 ‘40대도 청춘’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말 그대로 ‘기나긴 청춘’이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72세의 저자는 평균수명의 연장과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오늘날 청년세대가 어른이 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단순화한 통계에 따르면 예수가 살던 무렵 인간의 평균수명은 약 30만 시간이었다. 1900년 서구인의 일생은 50만 시간에 이르고, 한 세기 지나 현대인은 70만 시간을 살고 있다. 반면 노동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현재 서양 사람들은 평생 6만7000시간 정도를 일하는데, 20만 시간을 일하고 20만 시간을 자며 10만 시간을 쉰 100년 전 조상들보다 네 배 많은 자유 시간을 쓸 수 있다. 주 5일 노동과 법정 휴가, 연금 보장으로 얻어낸 이 놀라운 시간 혁명 이래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 중 14%만 노동에 쓴다. 나폴레옹 시절만 해도 70%였다.

이렇게 평생의 약 10%만 노동하는 시대에 일이 삶의 우선순위일 리 없다. 결혼, 정규직, 집이 일생의 목표였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청년세대는 사생활을 누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일자리를 찾는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고 말하는 꼰대의 길로 가지 않는다.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현대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장이란 공급 가능하지도, 이상적이지도 않으니 젊은이들이 유연한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이 짧은 에세이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저자는 주 35시간 노동의 효과를 연구하고, 2017년 여당인 ‘앙마르슈’ 소속으로 총선에 나간 경력도 있다. 휴가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여가, 바캉스, 시골생활에 관한 저자의 다른 책을 기다릴 만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기성세대인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자투리 시간 일자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새 세대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군요. 그런데 자전거 음식배달 서비스인 ‘딜리버루’에서 플랫폼 노동을 하는 청년들이 일과 놀이, 학업과 학비 조달의 경계에서 만족을 얻는다는 분석은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얘기 같아요. 안정성이 아니라 자유의 시대가 왔다면, 여전히 안정성을 누리는 중년층과 너무 많은 자유에 휩싸인 청년세대의 격차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청년수당 지급을 주장하면서 16∼28세를 청년의 범위로 잡았는데, 40대도 역시 결혼, 정규직, 집을 원한다면 어떡하죠?” 대답은 아직 없지만, 이런 세대 간 대화는 역시 독서를 통해서만 나눌 수 있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논픽션팀 과장
#뒷날개#책의 향기#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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