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기는 곧 베스트셀러” 출판계 공식이 바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5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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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난 시청자들이 작품에 깊게 빠져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 우리말 조어)가 되면 책까지 산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순 나무옆의자 편집주간은 지난달 24일 소설 ‘기묘한 이야기: 최초의 의심’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소설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한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2019년 2월 출간된 영문 소설은 198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드라마와 시대 배경 및 세부 내용이 다르다. 그런데도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꼽힐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하 편집주간은 “드라마 팬이라면 충분히 소설의 독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번역 출판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출간될 소설까지 포함해 기묘한 이야기와 관련한 3개 작품의 판권을 계약한 상태”라고 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드라마를 접하는 국내 시청자들이 늘면서 작품의 원작이나 프리퀄 소설이 국내에서 출간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전보다 베스트셀러가 쉽사리 나오지 않아 침체된 출판계의 빈자리를 영화나 드라마의 인기를 업은 소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묻혀 있던 소설이 영상화를 계기로 빛을 보기도 한다. 한 출판 번역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성장세에 들어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작품이 출판 업계에 활력을 불러넣고 있다”고 했다.

브리저튼

국내 출판사들은 보통 넷플릭스 드라마 공개 시기에 맞춰 원작 소설을 출간한다. 영국 런던의 귀족 가문 브리저튼 가 4남 4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브리저튼’의 원작 소설은 지난달 25일 넷플릭스 드라마 공개와 함께 국내에 e북으로 출간됐다. 독자들 사이에선 “시리즈의 1권 내용만 다룬 드라마 시즌1을 다 보고난 뒤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계기로 좋은 소설을 알게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작품을 출간한 신영미디어 관계자는 “(현재 촬영 계획이 있는) 드라마 시즌2 공개 시기에 맞춰 종이책도 낼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의 인기가 높다보니 원작 소설의 판권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고아 소녀가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은 지난해 10월 공개 직후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자 복수 업체들의 경쟁이 붙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대형 출판사까지 뛰어들 정도로 경쟁이 심했다”고 전했다. 판권을 확보한 출판사는 정해졌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작품화를 계기로 인기를 이어가는 국내 소설도 있다.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은 넷플릭스 드라마가 공개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리커버 특별판이 출간돼 다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에놀라 홈즈
에놀라 홈즈
이런 사례가 이어지자 OTT를 구독하고 번역할 작품을 찾는 것이 출판계 관계자들의 일상이 될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에놀라 홈즈’의 원작 소설을 펴낸 김요안 북레시피 대표는 “과거엔 책이 인기를 끌어 영상화가 됐다면 이젠 영상이 인기를 끌면 책이 출판된다”며 “영화, 드라마 관련 작품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것이 요즘 현실”이라고 했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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