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새로 만든 일자리 작년 11만7000개… 4대그룹의 5.6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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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3만6503곳 중 표본 조사
전체 인원 81만… 99%가 정규직
총 매출은 193조… 삼성 이어 두번째
한곳당 매출액 0.47% 준 52억 9600만 원


#1. 국내 ‘밀키트’ 제조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올해 직원을 300명 더 뽑았다. 밀키트는 식재료를 손질해 양념은 물론이고 조리법까지 함께 제공하는 가정 간편식의 일종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밀키트 수요가 폭증해 직원도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016년 창업 당시 5명이던 직원 수는 2017년 27명, 2018년 69명, 지난해 293명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에 300여 명을 더 뽑아 현재 직원 수가 약 600명에 이른다.

#2. 창업 6년차 신선식품 배송업체 ‘컬리’는 내년 초 사옥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직원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기존 사무실이 비좁아졌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300명이 넘지 않았던 직원은 2019년 375명으로 늘었고 올해 11월 말 기준 1000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대형마트 장보기 대신 온라인 주문 수요가 급증하면서 컬리의 매출이 급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벤처기업들이 지난해 11만7000여 개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의 신규 채용 규모(2만1000명)의 5.6배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일자리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벤처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 3만6503개 중 2500개의 고용 및 매출 현황 등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말 벤처기업 전체 고용 인원은 81만643명으로 2018년(71만4971명)보다 13.4% 늘었다. 정규직 인원은 2018년 68만6195명에서 지난해 80만3561명으로 17.1% 증가했다. 이는 4대 그룹 계열사 정규직을 모두 합친 수치(66만8000명)를 훌쩍 넘는 규모다. 벤처기업들이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정규직 위주로 신규 채용을 늘린 결과다. 벤처기업 정규직 비율이 96%에서 99.1%로 오르는 등 고용 질 개선과 일자리 안정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벤처기업들이 올린 전체 매출액은 193조3204억 원으로 2018년(191조9085억 원)보다 0.7% 늘었다. 국내 주요 그룹과 비교하면 삼성(254조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같은 기간 벤처기업 한 곳당 평균 매출액은 53억 2100만 원에서 52억 9600만 원으로 0.47%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가 전년보다 녹록지 않았단 점을 감안하면 벤처기업들의 ‘일자리 성적표’는 선방한 셈이다.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로 2018년(2.9%)보다 낮았다. 이 기간 대기업 평균 매출액도 3777억 원에서 3505억 원으로 7.2% 감소했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벤처기업들이 신규 고용 창출과 고용 규모, 일자리 안정, 매출 등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이며 혁신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벤처기업#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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