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접종 횟수…‘코로나19’ 백신이 넘어야할 까다로운 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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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백신 도입이 곧바로 ‘접종 시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백신이 들어오는 만큼 허가와 유통, 접종, 모니터링까지 모든 시스템을 철저히 준비해야 빠른 접종이 가능하다. 부실한 준비로 혼란이 커지면 ‘백신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국가접종사업은 대상자(무료접종)를 크게 늘렸음에도 접종률이 정부 목표(80%)에 미치지 못하는 70% 초반에 그쳤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유통사고’로 인한 일시 중단 등이 백신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백신 불신’에 71%만 접종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1일 마무리되는 2020~2021년 독감 백신 무료접종은 대상자 1960만1240명 중 71.1%(1394만4073명, 28일 기준)만 접종을 완료했다. 임신부 및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어린이가 일부 내년 4월 말까지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정부 목표인 80%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접종대상자는 2018년과 2019년의 약 1300만 명과 비교해 1.5배로 늘어났다. 정부가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을 우려해 무료접종대상자를 만 65세 이상에서 만 62세 이상, 만 12세 이하에서 만18세 이하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백신 출하량도 예년보다 20%가량 늘렸다. 하지만 접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백신 연관성에 상관 없이 접종 후 주로 고령자 사망 소식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28일까지 독감백신 접종률은 어린이 81.3%, 청소년 58.9%, 만 62~69세 61.4% 등 평균 71.1%에 그쳤다. 최근 백신 접종률인 2017~2018년 83.1%, 2018~2019년 79.7%, 2019~2020년 80.3%보다 크게 낮다. 출하된 백신 3004만 도스(dose) 중 최소 수백만 명분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불안감에 사람들이 백신 접종에 나서지 않아 인력과 자원만 낭비한 셈”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은 신뢰 문제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 백신은 가장 까다로운 접종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독감보다 더 까다롭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접종해 임상적으로 안전이 검증된 독감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서 올해 처음 시도된다. 어떤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접종하면 안 되는지, 접종 후 부작용은 무엇인지 이제야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유통과 접종 방식은 독감 백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은 영하 20~80도 초저온에서 보관 유통해야 한다. 제품별 접종 횟수도 다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는 두 번, 얀센은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두 번 접종하는 백신은 권고 접종간격도 3주, 4주 등으로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을 위해 별도 접종센터 약 100~250개를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냉장 보관·유통이 가능한 백신은 기존 예방접종 경험이 있는 위탁의료기관 중 지정기준에 부합한 기관을 지정해 접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초저온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1분기 내 냉동고 250여 대를 구비하고 코로나19 백신 유통·보관 가이드라인도 만든다고 밝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초저온 유통망과 접종센터 등 코로나19 백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며 “백신접종 예약시스템과 접종 후 부작용을 관찰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은 반드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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