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대 관객 많은데”…존폐위기 영화관, 2.5단계 ‘설상가상’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10일 0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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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CGV용산에 붙은 마스크 미착용시 입장 불가 문구 /뉴스1 © News1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 붙은 마스크 미착용시 입장 불가 문구 /뉴스1 © News1
“우리 힘만으로는 백약이 무효해요. 몸부림을 쳐봐도 적자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영화관이 무너지면 영화산업이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는데…. 업계의 어려움이 외면 당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영화업계가 최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타격이 한층 더 커진 탓이다.

각 영화관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존폐위기에 내몰린 업계 사정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는 정부에 대해선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최소한 영화산업이 ‘올스톱’되는 것은 막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저녁 시간대 관객 비중 30% 이상”…좌석 띄어앉기 여파, 콘텐츠 기근도

10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관은 다른 업계에 비해 9시 이후 영업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가 크다. 오후 9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비중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애초 9시 이전에 문을 닫거나 9시 이후 방문객이 많지 않은 백화점·마트 등 유통업계와도 사정이 다른 셈이다.

CGV가 지난 11월말 기준 관객 이용 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오후 7시 이후 관객 비중이 전체의 32%에 달했다. CGV 관계자는 “통상 영화 상영 시간이 2시간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오후 7시 이후부터 사실상 극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그나마 찾던 관객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와 좌석 한칸씩 띄어앉기 조치로 인해 낮시간대에도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급감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 기대작들의 개봉이 또다시 줄줄이 연기, 취소되는 등 ‘콘텐츠 기근’까지 겹치며 극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극장을 찾은 사람은 2만4000명에 불과했다. 2.5단계 시행 첫날인 8일에는 2만1700명으로 더 줄었다.

이는 한 주 전 평일 평균 일일 관객수(4만5000명대)에 비해서도 ‘반토막’난 수준이다. 영화관 일일 관객수가 2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3월말~4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졌던 국산 기대작들의 출격도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지목됐던 ‘승리호’는 결국 연말 넷플릭스행이 확정됐다. ‘서복’과 ‘인생은 아름다워’도 개봉이 다시 연기돼 연내 개봉이 물건너 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되는 ‘원더우먼 1984’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 등 외화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분기당 적자 1000억대”…생존 위한 대책 호소


전대미문의 사태가 계속되는 동안 영화관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CGV의 경우 3분기까지 올 한해 누적 영업손실이 2990억원에 달한다. 한 분기당 1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역시 3분기까지 12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각 영화관은 전례 없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CGV는 전국 119개 가운데 30%에 달하는 35~40개 가량을, 롯데시네마는 전국 100여개 직영관 중 손실이 막대한 20여개 지점을 폐점하기로 했다.

영화업계에선 영화발전기금 감면 연장, 코로나19 피해업종의 경우 신용평가 한시적 면제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관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이로 인한 타격은 우리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라며 “또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업계의 책임으로만 물리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푸념했다.

이어 “상반기에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여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대·중·소기업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영화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직간접적인 지원책을 모두 동원해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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