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진보, 자기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지적하면 전부 개혁대상”

뉴스1 입력 2020-11-22 07:23수정 2020-11-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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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뉴스1 © News1
미학자이자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는 ‘모두까기 인형’이라고 불리고 있다. 자신이 생각할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대상이 진보든 보수든,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저격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근래 들어선 ‘조국 부부 저격수’란 수식어도 붙었다.

그는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고, ‘진보’ 진영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일명 ‘조국흑서’인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의 공저자로도 참여했다. 그러면서 ‘진보논객’으로도 불렸던 진 전 교수는 ‘극우논객’이란 말까지 듣고 있다.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했던 그가 정말 성향을 바꾼 것인가 궁금했다. 진 전 교수는 이달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라는 책도 펴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독립서점 아침달에서 만난 진 전 교수는 자신에 대한 최근의 다양한 평가에 대해 말을 시작했다.

그는 “저는 그냥 같은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다 오른쪽으로 가버렸다”며 “심지어 정의당마저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의당의 상징이 여야가 싸울 때 심판의 역할 기준이 된 데스노트인데, 그게 무너지고 다 저쪽으로 가버렸다”며 “민주당은 이제 거의 수구이고, 민주주의는 후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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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는 “그들이 전향해놓고…생각해보니 그들은 전향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옛날부터 그랬던 것 같고, 다만 내가 몰랐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MB정권이나 박근혜 정권 같은 거악과 싸우느라 이들이 가진 악이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이들이 정권을 잡고 권력을 잡으니까 그 부정적인 측면이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 (그들은) 10년의 권력을 잡았던 사람들”이라며 “김대중 5년, 노무현 5년, 그리고 지금 3~4년이면 이른바 기득권층이 형성되고, 유착관계가 형성되고도 남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지난 8~9년간 굶주렸지 않나”라며 “이 사람들이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걸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중권이 생각하는 진짜 진보란 무엇일까. 그는 우선 “외국에선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을 안 쓴다”며 이념에 매달리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다만 그는 “성향으로서의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며 “우리사회가 집단주의적이기 때문에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강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불평등이 심하니 줄었으면 좋겠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면 좋겠다”라며 “생태파괴를 막기 위해 친환경적인 대안에너지를 찾고, 동물학대를 막기 위한 동물 감정 이입능력을 기르고, 불평등한 여성들이 비명을 지른다면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로 나아가는 것이 진보”라고 했다.

진중권은 현재의 진보를 왜 이렇게까지 비판하는 걸까. 진중권은 ‘진보’의 도덕성이 몰락했다고 했다. 그는 “이 말로도 불충분하다”며 “옛날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면 일단 사과했고, 하다못해 사과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저 사람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자기들이 걸리게 된 건 검찰 탓이고, 법원에서 유죄판결나면 사법부를 개혁해야 하고, 언론이 비리를 보도하면 언론이 문제라고 한다”며 “자기들은 하나도 잘못하지 않고 옳다고 하니, 그걸 지적하는 사람들이 나올 때마다 개혁과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사법도, 이젠 언론 개혁도 해야 한다고 한다”라며 “자기들 빼고는 전부 개혁대상”이라고 토로했다.

빠르게 말을 쏟아내면서도 흥분한 기색은 일절 보이지 않는 진중권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답답함’이 묻어나왔다. 최근 갈등이 심화된 사회도 그가 바라는 모습은 아닌 듯 했다. 그는 “갈등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지금과는 다르다”라며 “옛날엔 팩트는 공유하고 해석이 달랐는데, 지금은 팩트를 놓고 싸운다”고 했다.

진중권은 “동일한 나라에 살면서 두 개의 세계가 있는 것”이라며 “하나는 표창장이 가짜인 세계, 우리가 말하는 현실이라는 곳이 있고 저쪽은 표창장이 진짜인 대안세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중간이 없는데,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팩트를 놓고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소통이 안 되면 남는 건 싸우는 것, 수로 이기는 것, 밀어붙이는 것뿐인데 지금 상황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진중권은 현재 ‘진보’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실망이 크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으로서 전 국민을 대표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중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이 있다”며 “조국 사태 때 (우리 사회가) 윤리적으로 두 쪽이 났는데 누가 봐도 조국이 잘못했고 임명해서는 안 됐고 오류가 있으면 인정해야 하는데, 잘못했다는 판단이 아닌 지지율이 떨어져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몇 년 전 보수정권에서 테러방지법을 도입하려 했을 때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했는데, 지금 180석을 가지고 있기에 없애려면 얼마든지 없애고도 남는데 안 하지 않냐”며 “한술 더 떠 바이러스 테러까지 집어넣고, 국가의 공인된 견해를 법으로 강요하는 5·18 역사왜곡법, 친일파 파묘법, 한동훈 금지법(비밀번호 공개법) 등을 입법 추진하는 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주의가 무너지는 것으로, 이건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진 전 교수가 정말 원하는 진보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그걸 고민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언제부턴가 ‘진보’란 이름을 빼앗아 갔고, 진보는 위선의 대명사가 됐다”며 “그래서 민주당이 어떻게 잘못됐고, 보수는 뭐가 문제이며, (새로운) 진보의 가치는 누구와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현 정권뿐만 아니라 보수에도 비판하는, 진보나 보수를 떠나서 각 지지정당이 잘못하면 지적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시민사회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말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2030은 586세대에 적대적인 분위기”라며 “옛날 산업화 세대, 지금의 국민의힘은 우리에게 정말 나쁜, 폭력적인 아버지였지만 집안은 먹여 살렸고 아파트를 사줬으며 직장은 줬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세대는 자유 평등을 외쳤는데 젊은 세대는 집을 못 사고, 직업도 없다”라며 “젊은 세대는 결과의 평등을 믿지 않는데, 그들에게 과정의 공정성만 지켜달라고 한다”라며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이 바라는 차기 대권 후보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이 정권은 공정성이 문제고, 586세대가 하고 있는 갈라치기 정치도 문제”라며 “공정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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