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도 없는데 허술한 계획 밀어붙인 광화문광장 공사

동아일보 입력 2020-11-18 00:00수정 202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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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그제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시작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광장 서쪽 도로를 없애고 그 자리에 수천 그루의 나무와 잔디가 있는 시민광장을 만든다는 게 재구조화 사업의 핵심이다. 현재 광장 양쪽으로 통행하는 차량은 양방향 7∼9차로로 확장되는 교보빌딩 측 동쪽 차로로 다니게 된다.

2009년 완공된 현재 광화문광장은 차들이 달리는 대로에 둘러싸여 시민 접근성이 떨어져 광장의 기능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2023년 공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지금보다 넓어진 보행 광장에서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광장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조성하는 것이 적절한지와 같은 미해결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서울시가 공사를 강행한 것은 섣부르다.

광화문 편측광장은 지난해 서울시가 처음 구상을 밝혔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사업이다. 고 박원순 시장도 “시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 시기와 방향을 다시 정하겠다”며 유보했다. 세계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광장을 공간의 한편으로 밀어서 만든 경우는 거의 없다. 시민단체들도 보행자 통행량이 광장 동쪽의 절반 정도인 세종문화회관 쪽에 치우쳐 광장을 만드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박 시장이 사망한 이후인 9월 수정안을 발표한 뒤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을 대표하는 광장 구조를 변경하는 중대사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장 궐위’ 상황에서 보완책에 불과한 수정안을 밀어붙이듯 강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와 공감대도 부족하다.

광화문광장은 단순한 시민 공원의 개념을 뛰어넘는 한반도의 중심 공간이다. 서울 시민은 물론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추진하던 사업이니 끝내고 보자’는 관성적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10여 년 전 700억 원을 들여 지금의 광화문광장을 만들어 놓고 다시 791억 원의 혈세를 들여 뜯어내는 시행착오가 언젠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공론화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 더 큰 사회적 논란과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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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계획#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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