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민족주의 넘어 ‘K푸드’로 가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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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식사/주영하 지음/352쪽·2만 원·휴머니스트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이후 가장 특수를 누린 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일지도 모른다. 빙그레 메로나,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신라면, CJ 비비고 만두 등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 음식은 이미 낯설지 않다. ‘케이푸드(K-FOOD)’라는 말까지 나오는 시대다.

음식인문학자인 저자는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187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145년을 둘러보며 대체 케이푸드는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는가를 고찰한다. 책은 자부(自負)에서부터 시작한다. 짜파구리의 인기에 대해 “그들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한국이 세계 식품 체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평가엔 애국심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예찬에서 그치진 않는다. 일제강점기 일본산 조미료에 의해 평양 물냉면의 국물 맛이 정해졌다는 ‘슬픈’ 역사부터 1980년대 강남 땅값의 폭등이 갈비구이를 파는 초대형 고급 음식점의 등장을 이끈 씁쓸한 단면을 두루 살펴본다. 양상추 샐러드, 피망 잡채가 나오는 한정식 집의 현실을 통해 케이푸드가 나아갈 길을 고민한다.

“전통 음식이 최고라는 상투적인 구호가 정부 학계 언론 재계를 가리지 않고 무성하다. 그러나 ‘폐쇄적인’ 음식민족주의가 지난 100여 년간 숨 가쁘게 시대를 헤쳐 온 한국인의 식생활과 음식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 낼 해답은 아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백년식사#주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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