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소설 속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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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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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작가의 ‘건축, 근대소설을…’
종로 거리 부민관 경성방송국 등 소설 통해 근대 건축물 특징 살펴

1926년 준공 직후의 서울 동아일보 사옥. 철근콘크리트와 벽돌로 짓고 타일을 둘렀다. 루아크 제공
1926년 준공 직후의 서울 동아일보 사옥. 철근콘크리트와 벽돌로 짓고 타일을 둘렀다. 루아크 제공
‘박준구는 결심한 듯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으로 들어갔다. 1층에는 영업국 인쇄공장 발송부가, 2층에는 사장실 응접실 편집국 교정실이, 3층에는 300여 명을 수용하는 대강당 구락부 사진부 조사부가, 옥상에는 운동장이 있었다.’

채만식이 1934년 신동아에 연재한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 속 주인공 P의 초반부 구직활동 이야기를 재가공한 문장이다. 여러 근대소설 내용을 콜라주해 당대 우리나라 건축물을 소개한 책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루아크)를 쓴 김소연 씨는 “원본 소설에서 원경으로만 나왔던 근대건축에 가까이 다가가 그곳에서의 일상을 체험하는 세밀한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다. 근대소설을 접한 건 입시를 준비하며 읽은 게 전부였다. 한국의 근대 건축가들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자료를 찾다가 무척 오랜만에 다시 들춰보게 됐다. 근대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내는 데에 풍성한 재료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됐다.”

김 씨는 도시형 한옥, 다방, 공장, 종로거리 등 근대의 서울에 만들어진 건축 공간의 특징을 그곳에 녹여낼 만한 소설을 통해 살폈다. 서울시의회 의사당이 된 부민관, 중구 덕수초등학교 운동장 귀퉁이에 유허비(遺墟碑)만 남긴 경성방송국, 6·25전쟁 때 소실된 우미관 주변에서 이태준의 ‘복덕방’ 속 서참의, 박태원의 ‘천변풍경’ 속 안성댁, 채만식의 ‘태평천하’ 속 윤직원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도시재생 이슈와 함께 근대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뜸해졌지만 근대건축 답사 모임도 늘었다. 지역 정체성을 살피는 도구로써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소연 작가#건축#근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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