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주 갈등…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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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삶에 주목하는 소설가 김혜진
최근 발표한 단편집 ‘너라는 생활’
개발 둘러싼 복잡한 이면 파고들어
2인칭 서술기법으로 현실성 극대화

김혜진 작가는 “연인, 친구 혹은 또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는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혜진 작가는 “연인, 친구 혹은 또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는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등단 8년 차 소설가 김혜진(37)은 사회적 약자나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 특히 노동과 주거 문제를 중심에 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그가 최근 단편집 ‘너라는 생활’과 첫 장편소설 ‘중앙역’ 개정판을 함께 냈다. 올 상반기 재개발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든 장편 ‘불과 나의 자서전’ 이후 연이은 출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어쩌다 보니 올해 유독 부지런한 것처럼 보인다”며 웃어보였다.

작가는 현실에 밀착하면서도 서사의 묘미와 긴장감을 잃지 않고 개발에 뒤얽힌 사회의 복잡한 단면을 형상화한다. 단편 ‘3구역 1구역’은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과 막 추진되며 이주 문제로 갈등이 생기는 곳에 각각 사는 두 사람이 길고양이를 매개로 마주치며 발생한 미묘한 충돌을 다뤘다. 작가가 ‘급하고 싸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던 서울 공덕1구역에 거주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개발 이슈는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서울에 살면 늘 느끼게 된다”며 “개발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개발의 당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이해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의식주에서 ‘주(住)’가 왜 마지막인지를 갈수록 체감해요. 주는 단순히 공간의 차원이 아니라 정신 마음 상상력에까지 영향을 주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주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진입도 어렵고 보장도, 대안도 없어요. 그로 인해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에 관심이 많아요. 거창한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그저 가장 가까이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거죠.”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현재형 시제도 ‘지금 이곳’의 현재성을 드러내는 효과가 뚜렷하다. 그는 “현재형 시제가 인물이 시간에 고여 머물고 있는 느낌을 줘서 의도적으로 쓴다”고 말했다. 2인칭 시점을 고집한 이유도 비슷하다. 그는 1인칭의 ‘내 이야기’도 아니고 3인칭의 ‘먼 이야기’도 아닌 너와 나, ‘바로 우리’의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단편 ‘자정 무렵’ 등에서처럼 퀴어 커플의 일상을 다룬 2인칭 서술은 이들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한다. 그는 “단편집이라고 해서 청탁 오는 대로 써서 묶는 게 아니라 분명한 방향을 정하고 싶었다”며 “이번에는 ‘나’와 가장 밀접한 ‘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책을 묶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앙역’은 부랑하는 노숙인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작가가 계속해서 다루는 주거 문제의 시작점이 된 작품. 집과 부동산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시대다. 그는 “아무래도 다음 작품에서는 주거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소설가 김혜진#너라는 생활#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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