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사살 공무원 ‘월북’이면…자녀들 ‘순직’ 유족급여도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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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9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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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어업지도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피격 어업지도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북한군에게 피격 당해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47)의 ‘월북’ 판정 여부에 따라 순직유족급여 지급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사건 초기부터 이 씨가 월북을 시도 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월북은 아니라는 취지의 통지문을 보내면서 순직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런 가운데 이 씨의 월북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던 해양경찰청도 29일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5조는 ‘어업감독 공무원이 어업지도선 및 단속정에 승선하여 불법어업 지도·단속(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ㆍ복귀 및 부수활동을 포함한다)을 하다가 입은 재해’를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가 어업 지도선에서 비교적 위험이 덜한 업무를 했다고 해도, 법령에서는 ‘그(위험)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부수활동’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순직이 인정되면 공무원재해보상심의를 거쳐 ‘보상금’과 ‘연금’을 지급한다. 특히 ‘위험직무순직유족’은 일반 순직유족보다 보상금과 연금을 많이 받게된다.

‘순직유족보상금’은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24배다. ‘순직유족연금’은 해당 공무원의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3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위험직무순직유족보상금’은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45배다. ‘위험직무순직유족연금’은 해당 공무원의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4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A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A 씨의 사망은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에서는 ‘월북 시도자’를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A 씨가 스스로 월북을 한 것이라는 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경우 유족급여 청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정부가 월북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유족이 재판을 통해 ‘순직’ 여부를 다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취소나 무효를 요구할 행정청의 처분이 있어야 한다. 즉 유족들이 순직유족급여를 신청한 뒤 거부 처분을 받아야 한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이날 수사 진행상황 중간 브리핑을 통해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에서 실종자의 인적 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표규 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씨의 친형은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최소한 사건사고에 대해 발표를 하려면 현장 시뮬레이션한 자료, 과학적인 증거 등을 공개하면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추정만 갖고 월북으로 결론냈다”며 “차가운 물속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고 북한군이 총을 겨누고 있는데 진실을 말하겠는가, 거짓을 말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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