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만드는 법]“세상을 읽는 게 편집자의 일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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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직업’ 펴낸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이은혜 편집장은 책에 미쳤어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58·사진)는 최근 펴낸 책 ‘읽는 직업’의 저자를 두고 몇 번이고 말했다. 정 대표가 다른 출판사(글항아리) 편집장의 책을 낸 건 ‘이은혜표 문체’라고 부를 만큼 글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편집 경력 35년 차인 그가 이제 15년 차 후배 편집자에게서 2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 리 없다.

“제가 15년 차에 그랬거든요. 그때 마음산책을 차렸어요. 왜 그랬겠어요? 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출판사에) 소속된 데서 오는 한계가 있잖아요. 미친 듯이 책을 내보고 싶었어요.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15년은 열정으로는 정말 책에 미치는데 자기가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는 연차죠.”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카페 이마에서 페퍼민트 차를 마시며 후배 편집자 얘기를 하는 그의 얼굴은 내내 밝았다.

‘읽는 직업’은 책을 낳는 저자 편집자 독자의 트라이앵글에서 늘 드러나지 않게 일하는 편집자가 책 만드는 일이란 어떤 것인지 들려준다. 읽다 보면 편집이라는 일이 저자를 ‘읽고’ 독자를 ‘읽고’ 세상을 ‘읽으며’ 존재하는 매력적인 직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을 제안했을 때 “편집자가 어떻게 저자가 되나요. 글 쓸 힘이 있으면 원고를 더 열심히 보고 다듬는 데 쓰겠다”고 했던 저자는 나중에 다시 조르니까 “저자에게, 독자에게 할 말이 생겼다”며 쓰겠다고 했단다.

“편집자라는 존재는 오탈자가 난다든지, 책이 잘못될 때만 드러나잖아요. 편집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태반이 모르기도 하고요. 저자에게는 편집자의 바람과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를 말하고 싶고, 독자에게는 결과물로서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대요.”

오전 네다섯 시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참고자료용 책들로 가득한 책장들에 둘러싸인 책상에서 교정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것은 책으로 될 것인가, 책이 아닌가,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 꽉 채운 채 인생의 80%를 책 아니면 책 이야기로 구성한 것 같은 후배를 보며 그는 자신의 초심을 돌이켜봤을까.

“책을 만드는 즐거움, 편집자로 산다는 것의 자부심은 35년 전에서 ‘1도’ 안 변했어요. 다만 당시에는 책이 다른 어떤 매체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었고 ‘내가 사회에 중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교보문고에서 ‘문구를 살까, 책을 살까’ 하는 선택지의 하나가 돼버린 요즘에는 편집자로서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나 걱정이 들어요.”

유능한 편집자라면 ‘꼭 내야 할 책’과 ‘팔리는 책’ 사이의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 정 대표는 이를 ‘관리형 품목’과 ‘효율형 품목’으로 불렀다. 그럼 이 책은? “100퍼센트 효율형이에요. 개인의 고민과 그 결과물 사이의 간극을 다루고 있어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할 거예요. 정말 많이 팔려야 해요. 하하.”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읽는 직업#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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