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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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396쪽·1만5000원·민음사
◇낮의 집, 밤의 집/올가 토카르추크 지음·이옥진 옮김/476쪽·1만6000원·민음사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저자의 전작 두 권이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폴란드 출신인 이 작가는 생태계, 자연, 별자리 등 인간의 이성, 경험적 준칙 내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주의적 영역을 언어를 통해 자유롭게 탐험한다. 스릴러 소설 형태를 띠고 있는 ‘죽은 이들의…’(2009년)와 짧은 단편, 수많은 에피소드가 연결된 ‘낮의 집, 밤의 집’(1999년)은 소설의 양식이나 결은 사뭇 다르지만 독특한 세계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죽은 이들의…’는 교사로 일하다 은퇴 후 폴란드의 외딴 고원에서 별장 관리원으로 일하는 할머니 두셰이코가 이웃 왕발의 죽음을 목격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처음에 사람들은 왕발이 단순히 목에 짐승 뼈가 걸려 질식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그날 이후 미스터리한 죽음이 계속된다. 시신의 주변에는 어김없이 사슴 발자국이 찍혀 있고, 점성학 애호가인 두셰이코는 불길한 무엇인가를 예감한다.

마을 사람들은 ‘사냥 달력’을 발행해 특정한 시기에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인간과 동물이 모두 동등한 존재이며 점성학이 지배하는 세계를 믿는 두셰이코는 동물 사냥을 옹호하는 경찰과 가톨릭교회, 모피를 불법 거래하는 농장 등이 동물의 응징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의 말처럼 정말 동물들이 인간을 향한 복수와 반격을 시작한 것일까.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뜻밖의 결말에는 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단일체이며 인간이 그 일부일 뿐이라고 여기는 작가의 문학관이 집약돼 있다.

‘낮의 집, 밤의 집’의 배경은 작은 마을 숲속의 어느 집이다. 낮 동안 이 집은 이웃을 만나고 손님을 초대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보통 집과 같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 면모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하실, 넓은 방, 다락이 숨을 쉬면서 또 다른 신비로운 존재들이 되살아난다. 낮과 밤을 기점으로 사실과 전설, 실재와 꿈이 수없이 뒤엉킨 이 소설은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어느 누구도 그가 단지 삶을 꿈꾸고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로 살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음을 드러내 보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올가 토카르추크#낮의 집 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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