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치닫는 남북관계에…폼페이오 방한 ‘10월 서프라이즈’도 물거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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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표류하던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으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가운데 10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으로 정부가 기대하던 한반도 ‘10월 서프라이즈’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대화 재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에 올 때마다 북한 관련 대형 이벤트가 있었던 점을 들어 이번 방한 때 북한 고위층과의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7월 담화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DVD를 요청했던 만큼 11월 미국 대선 이후를 내다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는 사실상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다. 해상에서 표류하던 한국 국민을 별도 재판 절차도 없이 현장에서 사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불태워 유기한 만큼 올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 청와대와 국방부가 이날 “반인륜적 행위”, “책임자 엄중 처벌”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북한이 한국의 재발방지 및 책임자 처벌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정부가 남북 대화 명분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 이에 따라 북-미 간 극적인 이벤트 연출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한국 방문은 애초에 일본 방문 계획이 잡혔기 때문에 성사된 측면이 크다”며 “북한과 관련해서는 위기가 실질적으로 해결되는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10월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에 오더라도 북한에 대해선 의례적인 수준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수준의 메시지 발신에 그칠 거란 전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은 원칙적인 이야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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