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블랙핑크, K-피처링…한국어 귀한 대접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23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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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를 가른 한줄기 빛/어둡기만한 내 삶을 뒤집어 놓은 너/나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지/너를 만나기 전엔 그저 보잘것없던 나/보잘것없던 나/그전 내 삶은 다/하루를 대충 때우기에 급급했었잖아 yeah(예)/우리의 낮 우리의 밤 그래 우리의 삶/u AR e MY light(유 아 마이 라이트) 서롤 지탱하는 벗 서로의 닻.”

미국 팝스타 맥스(MAX)가 최근 발표한 새 정규앨범 ‘컬러 비전(Colour Vision)’의 타이틀곡 ‘블루베리 아이즈’에는 익숙한 언어와 목소리가 들린다.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가 한국어 랩으로 피처링한 부분이다.

서로의 인생에서 빛이 되고 의미가 된 연인의 사랑을 썼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맥스와 에밀리가 서로 마주보고, 슈가의 랩 파트를 립싱크한다. 한글 자막도 등장한다.

슈가의 한국어 피처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발매된 미국 팝스타 할시의 신곡 ‘슈가스 인터루드(SUGA’s Interlude)‘에 프로듀서로 참여, 작사·작곡·랩 피처링을 맡았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은 무엇보다 어둡지만” 등 역시 한국어를 읊었다.

방탄소년단을 선봉으로 한 K팝의 글로벌 붐으로, 해외 가수의 곡에 한국어 피처링이 잇따라 늘고 있다. 한편에서는 ’K-피처링‘으로 묶어 현상으로 보고 있다.

K팝 간판 걸그룹으로 부상한 그룹 ’블랙핑크‘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지난 5월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발표한 ’사워 캔디(Sour Candy)‘에 블랙핑크가 피처링을 했는데 노랫말에 한국어도 포함됐다. “뜻밖의 표정 하나에 넌 당황하겠지 / 비싼 척이란 말들로 / 날 포장한 건 너야 너야” 등이다.

외신들은 세계적 팝스타와 톱 K팝 걸그룹이 만났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했다. ’사워 캔디‘는 아이튠즈 세계 57개 지역 1위, 글로벌 유튜브 송 톱100 1위를 달성했다. 아울러 세계 양대 팝 차트인 미국 ’빌보드 핫100‘과 영국 ’오피셜 차트 싱글 톱40‘에서도 각각 33위와 17위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원곡의 리믹스 버전에 한국어 피처링을 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원곡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처링한 K팝 가수의 팬덤의 지지를 업고, 곡에 대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협업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최근 차세대 K팝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븐틴‘ 멤버 조슈아와 도겸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Pink Sweat$)가 최근 발매한 ’17‘ 리믹스 버전에 한국어 피처링으로 힘을 실었다. 조슈아와 도겸의 청량한 보컬이 원곡과 다른 청량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감성적인 멜로디의 미국 일렉트로닉 팝 듀오 ’엑스러버스(X Lovers)‘가 최근 발매한 ’러브‘ 리믹스에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밴드 ’데이식스‘ 영케이가 협업했다.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 독특한 음색이 어우러져 엑스러버스만의 색을 확실하게 보여줬던 기존 곡 ’러브(LOVE)‘의 리믹스 버전이다. 영케이의 달콤한 목소리와 한국어 가사가 어우러졌다.

그간 한국어는 각지고, 딱딱한 어감으로 인해 세계인이 함께 부르는 노래 가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박한 평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애플뮤직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세계 음악 신에서 핫한 존재로 떠오는 DJ 겸 EDM 뮤지션 예지의 노래를 들어보면 이런 편견은 금세 깨진다.

한국계 미국인인 예지는 미국 뉴욕 퀸스에서 출생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랐다. 힙합 바이브와 아방가르드 팝을 절묘하게 블렌딩한 신선한 사운드와 함께 속삭이듯 읊조리며 주술처럼 전해지는 한국어와 영어의 래핑이 주목받는 이유다. 세계 음악신과 팬들은 EDM 사운드에 섞인 한국어 발음을 신비롭게 듣는다.

예지는 작년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어에 대해 “각이 져 있고 질감이 있는 느낌이 들고, 또한 발음이 시를 읊는 것 같다. 한국어를 말할 때는 마치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 들다보니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롤링스톤은 한국어 노래에 대해 “가사를 찾아보기 전까지 오히려 더 신비하게 느껴지며,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메시지는 정말 아름답다”는 팬들의 인터뷰를 게재하기도 했다.

팝스타들도 한국어에 대해 호의적이다.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중 하나인 ’아이돌‘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팝스타 니키 미나즈는 뮤직비디오에 자신의 영어 랩을 한글로 표기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중음악평론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전까지 K팝이 마니아적인 문화였는데, 이제 해외의 젊은 세대에게 쿨하고 힙하며 젊은 감수성을 대변하는 세련된 문화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문화가 대접을 받는 흐름이 생겼고, 그것을 대표하는 현상 중 하나가 한국어다. 한글로 노래를 부르면 세련되게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한국어 피처링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봤다.

K팝의 인기에 힘 입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한국어 교재 ’런! 코리안 위드(Learn! KOREAN with) BTS‘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프랑스 등의 일부 대학들이 한국어 교재로 채택했다.

해외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는 이 교수는 “K팝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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