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잠복감염, 가을유행 불씨…“2~3월식 검사로 한계, 그물망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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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17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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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경로 불분명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를 넘어선 것은 현행 방식의 검사와 역학조사체계에 한계가 나타난 것으로, 신속 검사법 등을 도입해 ‘역학조사 그물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일한 확진자 검사법인 유전자 증폭(PCR) 방식은 지난 2~3월 대구와 경북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당시에는 효과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유행이 9개월째 이어지고 방역망을 벗어난 무증상 잠복감염이 많아진 만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6~7월 수도권에서도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을 5%로 내리려고 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그 비율이 20%를 넘어섰고 서울은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수치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곳곳으로 슬며 들었다는 것이고,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장소도 과거 물류센터나 콜센터에서 지금은 예측하지 못했던 다양한 장소로 번졌다”며 “지난 2~3월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검사 건수가 크게 늘지 못하고 역학조사도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검사 건수는 전 세계에서 하위권에 속한다”며 “가을과 겨울은 여름보다 확진자 발생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 검사 결과가 1시간 내 나오는 신속 검사법을 도입하는 등 검사 및 역학조사 그물망을 지금보다 크게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5월 6일 응급 수술이나 분만 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시간 내에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PCR 검사법 사용 승인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적합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응급 PCR 검사법은 현재 6시간 정도가 걸리는 PCR 검사법에 비해 분석 결과를 빨리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진엑스퍼트(GeneXpert)’라는 신속진단 PCR 검사법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검사 정확성을 이유로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일부 시설의 입원환자들에게 한정적으로 취합검사법(2~5명 검체를 취합해 동시검사)을 시행하고, 검사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일부 지원하고 있다. 현행 PCR 검사법은 정확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검사 역량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은 가을 대유행 위험성 때문이다. 특히 잠복감염은 또 다른 집단감염 불씨가 될 수 있다. 잠복감염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투해 증식하기 시작했으나, 겉으로는 그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미확인 감염자를 말한다. 감염자 스스로도 감염된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예측불허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잠복감염의 구체적인 규모는 알기 어렵지만, 지난 두 차례 항체가 조사를 통해 국내에 1만여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최근 2주간 감염경로를 보면 확진자 접촉이 33.5%, 국내 집단발생 관련이 30%였다”며 “조사가 진행 중인 비율은 23.5%였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주간의 주요 전파경로를 살펴보면 아직까지도 종교시설, 의료기관 및 요양시설, 방문판매 및 각종 설명회, 다중이용시설 등 다양한 집단에서 집단감염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방역망을 벗어난 감염자 비율이 위험한 수준인데다 확진자 접촉에 의한 확진자가 집단감염보다 많아진 것은 역학조사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항체가 2차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0.069%로, 1차 조사 결과 0.033%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조사 규모와 대상이 한정적인 연구지만, 국내에 조용한 전파가 상당 규모 이뤄진 것이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전 국민 5178만579명 중 3만5732명이 감염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17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감염자 2만2657명을 제외한 1만여명의 숨은 감염자가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역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17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10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동 인구가 많은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고, 이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어려움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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