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업자간 무한경쟁 초래할 생활물류법은 재고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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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상 화물차운송연합회장 인터뷰

김옥상 제24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장은 11일 부산 연제구 대방운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입법 추진 중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소형 화물차의 과다 공급을 초래해 화물운송업계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달라고
 국회에 당부했다. 대방운수 제공
김옥상 제24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장은 11일 부산 연제구 대방운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입법 추진 중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소형 화물차의 과다 공급을 초래해 화물운송업계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달라고 국회에 당부했다. 대방운수 제공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은 반드시 재고돼야 합니다.”

혈관 속 피의 흐름으로 건강을 살피듯 물류는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다. 화물운송업은 물류산업의 굵은 뼈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하늘길, 바닷길이 꽉 막힌 올해는 찬 바람에 뼈마디가 시릴 만큼 업계의 어려움이 크다.

김옥상 대방운수 회장(66)은 3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KTA) 제24대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3년이다.

KTA는 1만여 개 화물운수업체가 가입된 단체로 이들 회사와 계약을 맺은 뒤 일정 수수료를 내고 일감을 받는 화물지입 차주가 전국 19만여 명에 이른다. 적재중량 한도가 5t 이상인 화물차가 대상이다. KTA는 공제조합을 만들어 이런 차주들의 복지와 권익을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친다.

김 회장은 11일 부산 연제구 대방운수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일감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택배와 퀵서비스 등 소형 화물운송업자들을 위한 별도의 법안이 마련되면 운송업 전체가 무한 경쟁의 늪에 빠져 공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을) 등이 6월 발의한 생활물류법은 택배·퀵서비스 등 소형 화물운송업 종사자의 처우와 노동 환경 개선 방안이다. 코로나19로 업무량 급증과 잇따른 택배 기사의 과로사 등 문제가 불거지자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입법 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명분 뒤에 숨은 법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허점이 크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택배업 종사자들의 법적 지위와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관련 법률 내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며 “화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적용 규제를 다르게 둔다는 건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는 운송업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장의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 체계를 무시한 채, 무작정 소형 화물차의 허용 기준만 완화해 과잉 공급을 초래하면 모든 화물운송업자가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KTA에 속하지 않는 개인용달(2.5t 미만) 등의 화물운송업자는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활동한다. 택배의 경우 주로 탑차(1.5t)를 이용하는데 대기업의 물류사에 고용되지 않은 개인사업자도 많다. 인터넷과 앱을 통한 생활 물류 운송 수요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소형 화물차 허용 기준을 낮추면 과당 경쟁으로 결국 모든 화물 운송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 결과 대기업 등 화주(貨主)만 이득을 볼 것이란 점에서 화물연대도 생활물류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경남 거창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홀로 부산행 버스를 탔다. 16세 어린 나이에 버스 정비공장에 취업해 먹고 자며 일을 배웠다고 한다. 악착같이 월급을 모아 소규모 버스정비 업체를 인수하며 버스 회사 오너를 꿈꿨다. 그러다 1972년 당시 지입제로 운영되던 버스업이 직영제로 바뀌자, 화물차 1대를 사서 화물운송업에 뛰어들어 현재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대방, 대상, 의령 등 18개의 운수법인을 운영하게 됐다. 환경업체, 렌터카 등 5개 법인도 별도 운영 중이다. 그는 “의지할 곳 없는 타향살이의 고단함에 눈물을 삼킨 날이 많았지만 언젠가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날이 꼭 올 거란 믿음으로 버텼다”고 떠올렸다. 고향을 향한 애틋함으로 30여 년간 모교인 거창 가조초등학교에 물품을 후원 중이고 어르신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의 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제19대 KTA 회장을 지냈던 2010년 화물복지재단을 만들었다. 화물운송 중 사망한 운전자 가족의 생계 지원금, 자녀 장학금, 병원비 지원, 안전 물품 제공 등에 그동안 약 500억 원을 사용했다. 김 회장은 “신용카드 포인트 제휴, 정유 업계 후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그동안 7만8000여 명의 운전자 가정을 도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KTA 산하 공제조합 운영위원장도 겸임 중이다. 조합은 화물차 운전자들이 업무 중 겪는 각종 사고와 관련한 보험 처리를 맡는다. 최근 조합 회의에서 다가오는 추석 전까지 사고로 인해 청구된 약 220억 원을 병원, 정비공장 등 관련 업체에 모두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김 회장은 “치료 중인 운전자들을 위로하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조기 집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김옥상 화물차운송연합회장#생활물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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