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고분 언박싱’… 내가 생중계할 줄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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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일 신라문화유산硏 연구원… 경주 발굴현장 랜선공개로 화제
“태풍탓 사전촬영 영상 내보내, 블루베리 닮았다는 유리구슬
듣고보니 정말 블루베리 같더군요”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3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고분 발굴 현장 온라인 생중계에서 유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화면 캡처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3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고분 발굴 현장 온라인 생중계에서 유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화면 캡처
3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고분 120-2호 발굴 현장의 컨테이너 사무소. 공사장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 온라인에선 2800여 명의 눈이 쏠리고 있다. 반짝이는 금과 은, 푸른 유리구슬이 찬란한 ‘고분 언박싱(unboxing·개봉)’ 온라인 생중계 현장이다.

‘개 짖는 소리까지 들리다니 리얼 현장이네’ ‘국보 가자, 소리 질러!’ ‘블루베리처럼 생긴 건 뭔가요?’ … 실시간 채팅창에 글들이 무섭게 올라오는 가운데 대본을 손에 꼭 쥔 남자가 설명을 이어갔다. 다소 굳은 표정의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다. 동영상 조회수가 대부분 1000을 넘지 않는 문화재청 유튜브 채널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대박’을 터뜨린 김 연구원을 11일 전화로 만났다.

“보통 현장 공개에는 연구자와 시민을 포함해 많아 봤자 100여 명 모이거든요. 온라인으로 3000명 가까이 모여 깜짝 놀랐죠. 지금은 조회 수가 6만 회를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일 컨테이너 안은 분주했다. 한쪽에는 김 연구원과 공동 진행자인 곽창용 문화재청 신라왕경사업추진단장이 있고 그 맞은편에 카메라 두 대가 놓였다. 뒤쪽 책상에서는 10여 명이 시청자 질문에 댓글을 달거나 전체 상황을 체크했다.

“사실 현장 설명도 생중계로 준비했어요. 전날 리허설도 했는데 태풍이 직격하는 바람에 사전 촬영 영상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죠.”

인터뷰 날도 그는 비가 내려 발굴 현장을 덮고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다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김 연구원은 발굴 현장 생중계는 전례가 없었기에 매우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전신 모두 착장한 장신구가 발견된 것도 1970년대 이후 처음이어서 반응은 뜨거웠다.

생중계 때, 발굴 당시 소감을 묻는 누리꾼의 질문에 “1996년부터 발굴했는데 내 인생에 이렇게 중요한 유적을 조사하게 돼 고고학자로서 큰 영광과 설렘을 느끼고 동시에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한 대답은 감동을 자아냈다. 그런데 긴장 탓에 얼굴이 굳었는지 ‘설레는데 왜 설렌 표정이 아니세요’라는 댓글도 달렸다. 정작 누리꾼 반응은 생중계 뒤에야 확인했다.

평소 유튜브를 즐겨 보냐고 묻자 “당구, 낚시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즐겨 보는데 제가 생중계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푸른 유리구슬이 ‘블루베리’를 닮았다는 반응이나 하트 모양 장신구가 화제가 된 것이 의외였다고 했다.

“듣고 보니 정말 블루베리 같더라고요. 연구자들은 생각도 못 한 관점이었죠.”

‘발굴 현장에 참여하고 싶다’ ‘고고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의 반응에 김 연구원은 더 적극적으로 발굴 성과를 공유할 필요성과 책임감을 절감했다고 했다.

“유튜브에선 다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120-2호분의 구조나 유물 형식도 새롭게 확인된 것이 굉장히 많아요. 대형 고분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는 120호분 발굴도 남아 있습니다.”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은 향후 발굴 조사 성과도 유튜브로 공유할 계획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고분#언박싱#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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