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문집 낸 장기하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9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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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거 아닌가?' 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 개최
예약 판매 후 초판 8000부 매진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다. 늘 정답이 있고, 세상에 정해진 게 있다고 착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열 명이 있으면 10가지 생각이 있는 거다. 7~8명이 같은 길을 가더라도 자기한테 맞는 건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 사는 게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

가수 장기하가 첫 번째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9일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열었다.

그는 책의 주 독자층으로 예상되는 2030세대 젊은 층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요청에 “내가 뭐라고 청년들에게 한마디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장기하는 세상에 정해진 답과는 삶을 살아왔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지만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음악의 길로 들어서 가수로 활동했다. 가수에서 다시 책을 쓰는 에세이스트로 행보를 넓힌 그는 여전히 엉뚱한 매력을 발산했다.

첫 산문집에 소개한 지은이 소개도 ‘장기하스럽다.’ 대부분의 저자가 자신의 학력과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긴 성과를 쓰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스물한 살 이후로 음악 외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십 년 동안 이끈 후 마무리했다.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스러움에 대한 집착이 부자연스러울 만큼 크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뾰족한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에 대한 조언이라면 손사레치며 피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사실 자신의 발언이 조언이기보다 자기 소개에 가깝다고 첨언했다.

책은 크게 ‘낮’과 ‘밤’이라는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1부에 해당하는 ‘낮’에는 유쾌하면서도 차분하게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그리는 글들이 담겼다. 작은 사물 하나, 작은 사건 하나를 포착해 자신만의 사유를 확장해 간다.

2부 ‘밤’에는 창작활동의 어려움과 삶의 난관들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겪었던 좌절,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취향까지도 알아맞히는 시대의 창작자로서의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삶과 예술이라는 서로 닮은 두 가지에 대한 진심 어린 생각들과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담백한 질문들로 채워진 그의 산문은 결국 마음의 짐과 욕망을 덜어내는 성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2018년 12월31일 해체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후 지난해 상반기는 베를린에 한 달여간 체류하는 등 말 그대로 ‘놀면서’ 지냈다. 혁오 등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베를린에 있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묶어 책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한다.

“베를린에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다고 추천받았다. 베를린에 대한 내용은 이 책에 담겨있지 않지만 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거기서 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는 그는 책을 쓰는 동안 그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고, 그러다 보니 하루키에 대한 내용이 책에 많이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하루키에 대해 그는 “그렇게 하찮은 소재로 시작해(글을)재밌게 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인 것 같다. 하루키는 에세이의 최고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장기하는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작은 소재에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는 작곡, 작명 센스로 유명세를 얻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데뷔 싱글 ‘싸구려 커피’를 비롯해 ‘쌀밥’, ‘등산은 왜 할까’ 등 대부분의 노래가 일상을 노래한다.

책 제목에는 장기하만의 자유로움이 반영됐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됐을까?

“프롤로그에 실려있는 글이 실제로 제일 먼저 쓴 글이다. ‘내가 책을 못 읽는데 책을 좋아한다고 말 하는 것은 책을 잘 읽는지 못 읽는지 여부랑 상관없지 않는가’라는 취지의 글이다. 그런 생각을 펼쳐 나가다 보니 ‘내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들 중에 이렇든 저렇든(어떻게 되든)상관없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하지 않은데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책을) 끝까지 하게 됐고, 제목도 처음에 생각나는 대로 이렇게 하게 됐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고 막막했지만 음악을 만드는 일과 책을 쓰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에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남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작곡과 집필이 생각보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인들과 생각을 나누고, 때때로 생각을 말로만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이를 해소하고자 책 작업으로까지 연결됐다 말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부분은 ‘밤’ 섹션의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이라는 꼭지를 뽑았다.

“노래를 만들 때도 그렇고, 나는 마음에 안 들면 완성을 안 시킨다. 그냥 버린다. 버리고 새로 쓰곤 한다.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이라는 제목이 달린 꼭지가 제일 좋다. 그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는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썼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뭔가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글이 있음으로 해서 전체적인 책의 그림이 완성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가로서의 그는 동료들과 현 코로나19 시국과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의 공연 문화를 걱정하고 있다. 음악가로서 장기하와 얼굴들로서의 10년을 회상하는 한편 앞으로의 음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을 “참 좋았던 시기”, “행복한 시기”, “앞으로도 살면서 그리워하게 될 10년”이라고 정의했다.

솔로로서 보여줄 장기하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올해 새로운 곡으로 대중과 만날 거라고 약속했다. 미안하지만 약속은 못 지킬 것 같다. 생각보다 이번 해가 얼마 안 남았더라. 그래도 부지러한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로로서의 장기하의 음악은 저도 궁금하다. 책을 쓰는 기간은 음악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접근법을 고민하는 기간이었다. 접근법은 정리가 됐다. 물론 핵심적인 정체성은 저의 ‘말’이다. ‘싸구려 커피’ 때부터 저의 말을 고수해 왔다. 그 외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그의 신간은 이미 초판 8000부가 매진되고, 2쇄 5000부가 제작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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