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빨때 나오는 미세섬유… 수만km 밖 북극까지 흘러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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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태계 위협하는 미세섬유

작은 청바지 조각이 미세 플라스틱과 함께 이제는 전 세계 바다 환경을 위협하는 심각한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청바지에서 나온 미세 섬유. 지름이 수 μm(마이크로미터)로 사실상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토론토대 제공
작은 청바지 조각이 미세 플라스틱과 함께 이제는 전 세계 바다 환경을 위협하는 심각한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청바지에서 나온 미세 섬유. 지름이 수 μm(마이크로미터)로 사실상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토론토대 제공
청바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의류다. 질기고 튼튼함을 장점으로 내세운 청바지는 데님이라는 면으로 만든 천을 쓴다. 원래 천막을 만들던 소재였는데, 미국인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1870년 광부들이 입은 해진 바지를 보고 튼튼한 데님으로 만든 바지를 처음 내놓은 것이 시초가 됐다. 그런데 청바지 데님 소재가 최근 수년 새 사람들이 전혀 살지 않는 북극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수천에서 수만 km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입다 버린 작은 청바지 조각이 미세 플라스틱과 함께 이제는 전 세계 바다 환경을 위협하는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도시에서 수천 km 떨어진 북극제도에서 섬유조각 발견

미리암 다이아몬드 캐나다 토론토대 지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청바지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 섬유가 오대호 호수와 북극 퇴적물에서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회보에 2일 공개했다.

미세 섬유는 보통 지름이 수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에 해당하는 길쭉한 형태의 섬유다. 적혈구의 지름이 약 5μm, 사람의 머리카락이 약 50μm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옷을 한 번 세탁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미세 섬유가 발생한다.

다이아몬드 교수 연구팀은 이런 미세 섬유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해 보기로 했다. 먼저 캐나다 오대호와 토론토 근처 휴론 호수, 캐나다 북극해 제도에서 퇴적물 샘플을 수집했다. 그런 다음 물질에 빛을 쏘였을 때 나타나는 고유한 진동으로 성분의 정체를 파악하는 라만 분광기와 현미경을 이용해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대호 퇴적물에서 발견된 미세 섬유의 23%가 데님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 외곽의 휴론 호수(12%), 북극해제도(20%)에서도 미세 섬유 중 데님 성분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

데님에서 나온 미세 섬유는 수심 1500m의 깊이에서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북극에서까지 데님 미세 섬유가 발견되는 것은 인간의 영향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2억 벌 이상의 청바지가 판매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세 섬유 포함된 합성염료도 오염 가중

연구팀은 청바지를 한 벌 세탁할 때마다 약 5만 개의 데님 미세 섬유가 떨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세 섬유 거름막이 설치된 폐수처리장 두 곳에서 나오는 폐수도 분석했는데, 이 두 곳에서만 하루 10억 개의 데님 미세 섬유가 자연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바지의 염료로 사용되는 인디고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디고는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아시아와 이집트, 그리스에서 사용된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염료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요를 맞추지 못해 화학적으로 합성되고 있다. 연구팀은 “오대호에서 수집한 바다빙어 중 65%의 내장에 데님 미세 섬유가 들어 있었다”며 “화학 처리된 미세 섬유가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모른다”고 경고했다.

○500년 유지되는 합성 미세 섬유 배출 심각

천연성분인 데님 외에도 합성 섬유에서 나오는 미세 섬유의 양도 상당하다. 연구팀이 분석한 샘플에서 나온 합성 섬유 양의 최소 21%에서 최대 51%까지 차지했다. 폴리에스터는 대표적인 합성 섬유로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높아 스웨터와 운동복 등에 흔히 쓰인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옷감 중 약 60%를 차지한다. 하지만 폴리에스터는 분해에 최소 500년이 걸리고 태울 경우 발암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배출된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미세 섬유 규제 법안이 통과됐다. 의류 제조업체가 자연으로 배출되는 미세 섬유 양을 줄이고 관련 여과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모든 공공기관에 내년 1월까지 여과 시스템을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코네티컷과 뉴욕도 2018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고, 영국도 미세 섬유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화장품 관련 미세 플라스틱 규제만 있을 뿐 미세 섬유 관련 규제는 없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청바지#미세섬유#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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