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언택트 추석? “그래도 명절인데…눈치보여” 의견분분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6일 0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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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일로읍 한 들녘을 지나가는 열차 모습. 2018.9.21 © News1
전남 무안군 일로읍 한 들녘을 지나가는 열차 모습. 2018.9.21 © News1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신이 만에 하나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라서 다른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면 어쩌냐는 염려에서다.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시민들은 코로나19 전염을 우려해 고향에 가지 않겠다거나, 추석인데 안 가기 눈치가 보인다는 등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기자 지인을 위주로 한 전화통화에서 20여명 중 10명은 고향에 내려간다고 답했고 7명은 내려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나머지 3명은 추석 즈음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늦춰지면 가거나, 국가에서 이동제한을 권고한다면 가지 않겠다며 답을 보류했다.

고향에 가는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Δ최대한 자차로 이동하고 도중에 휴게소를 들르지 않으며 Δ가는 기간을 짧게 정하고 차례를 간소화하고 Δ확진자 동선과 겹치는 친척이 있을 경우 최대한 오지 말 것을 제안하는 등 방안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 사는 장모씨(27·여)는 “시골집에 가긴 하는데 가는 기간을 짧게 하려고 한다”며 “아예 안 가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해서 차례 정도만 짧게 하자고 부모님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거제에 갈 예정인 서울 시민 심모씨(27)는 “부모님만 만나기로 했다”며 “부모님이 할머니 집에서 차례를 지낸 뒤 나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이 부산인 서울 시민 서모씨(20대 후반)는 접촉을 피하기 위해 렌터카로 이동할 계획이라면서 “떨어져 살아서 가족을 명절 때만 보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부모님도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19 전염 우려로 이번에는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한 이도 꽤 됐다.

문모씨(27·여)는 “웬만하면 안 내려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시골에 가지 않을 예정”이라며 “다른 친척들도 안 모일 분위기”라고 말했다. 엄모씨는 “외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신데 코로나 때문에 몇 달째 못 뵙고 있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혹시 모를 감염 우려로 “추석 때도 못 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가에서 차라리 가지 말라는 방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남의 할머니 집으로 추석 때 이동한다는 이모씨(28·여)는 “20년 동안 안 간 적이 없고 아무도 오지 말라고 하지도 않는다”며 “친척들은 벌써 단체 대화방에서 벌초 일정을 잡고 있다”고 국가차원 이동제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서모씨는 “어차피 시골이라서 친척들이 많진 않아 걱정은 안 되는데 우리 가족이 서울에 살아서 혹시 민폐를 끼칠까봐 고민”이라며 “차라리 정부에서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SNS상에서 시민들의 추석 관련 의견을 찾아보니 맘카페에는 ‘마음 같아서는 안 가고 싶은데 시댁 눈치가 보여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친정은 집에 있으라는데 시댁은 아무 말이 없다’ ‘신랑이 먼저 시골에 가지 말자고 말해서 감동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가장 무서운 건 추석의 민족대이동’ ‘우한 지역에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던 것도 설 기간 대이동 때문’ 등 글이 게재됐다.

전문가들은 추석 때 무증상 감염과 이동 중 감염 등 여러 변수로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면서, 모여야 한다면 최소 단위로 할 것을 주문했다. 또 정부가 부분적으로라도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휴게소나 KTX, 고속도로 등에서 분명히 마스크를 벗거나 내리는 사람이 있어 위험하다”며 “지금 감염사례를 보면 다 모임 때문에 확산되고 있다”고 가족 간 감염을 우려했다.

천 교수는 “부분적인 이동제한이 필요하다”며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거나 긴급한 경우에 허가를 해주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민족의 큰 명절인데 다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을진 모르겠다”며 “가능하다면 분산이 좀 되거나 아니면 동시에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예전에 명절 때는 가족끼리 여행가는 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주로 집안에서 딱 가족끼리만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며 “평소보다 이동을 분산시키는 등 (비강제적) 제한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물 나누고 음식 나눌 수는 있는데 모여서 먹는 건 딱 가족단위로만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전날(5일) 밤 기준 5만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코로나가 제2차 대유행을 하는 시점에 추석 명절 시즌을 통해 전국적으로 각 가정에 지역 감염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정부가 이동제한 자제를 강력히 권고해달라고 적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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