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눔의 행복, 유산으로 물려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1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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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팔자가 일하는 희망친구 기아대책(이하 기아대책)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올해 20세가 된 차은혜 후원자를 최연소로 기아대책의 유산기부자들의 모임인 헤리티지클럽 멤버로 맞이한 것이다.

차 후원자는 중고교 시절부터 본인의 용돈을 아껴서 해외 어린이 결연을 통해서 나눔을 실천하다가 올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다양한 후원의 방법을 고민 중에 생명보험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유산기부를 약정했다. 매달 약 7만 원 정도의 생명보험 납입금을 내고 수익자를 기아대책으로 지정하여 본인 사후에 1억 원이 기아대책에 후원될 수 있게 해 두었다.

이 후원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차 후원자의 이런 결심이 누군가의 권유나 강요도 아니고 온전히 스스로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기부에 대한 결심, 방법과 액수도 모두 스스로 결정하였다.

차 후원자가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부모가 절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쳤다. 차 후원자 부모는 기아대책에 오랜 기간 꾸준하게 후원을 해오고 있다. 물질적 후원 뿐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 봉사도 함께 동행하면서 삶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나의 재물은 나의 것이 아니다. 조금 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그것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대신 나누어 주라고 신께서 나에게 주신 것이다. 그리고 나누는 것에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한다.

가끔 이 분들이 후원한 사업에 대한 결과를 알려 드리기 위해 후원자의 부모를 만나게 되면 보고서에 나오는 수혜자들의 사진과 결과물을 보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나는 오랜 기간 보아 왔다. 그런 모습을 후원자도 보면서 자라 왔고, 나눔 안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터득하였을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본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눔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유산기부는 삶의 마무리에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한다거나 전 재산을 후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유산기부는 차 후원자처럼 어린 나이에도 가능하고, 본인이 갖고 있는 물질의 규모와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기아대책의 또 한 명의 유산기부 약정자 이면서 평소에도 많은 물질과 재능을 나누어 주고 있는 현승원 후원자(디쉐어 이사회 의장)는 이렇게 얘기 한다. “아이가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저는 정반대로 돈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부모가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의장 역시 나눔과 봉사를 열심히 실천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부모가 있었다. 남을 위해 열심히 섬기고 봉사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현의장 역시 부모의 삶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그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누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삶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나눔의 습관을 물려주자.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봉사와 나눔의 습관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보여준 봉사와 나눔을 자녀가 보게 될 것이고 그런 모습을 보게 된 자녀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삶과 시간을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전두위·‘희망친구 기아대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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