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기부 관련법, 시대 맞게 개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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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NGO & NPO]
복지법인 건물,‘기본재산’ 분류
매각-수익사업 사용 등에 제한… 출연 자산 활용때도 제약 많아
“현행법, 1950년대 시대상 반영, 기부 활성화에 맞춰 개선 필요”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은 올해 2월 70대 후원자에게서 1억 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기부 받았다. 후원자는 “어린이 양육과 관련된 곳에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사회복지법인이 기부자의 뜻대로 부동산을 처분해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부 받은 부동산이 처분이 쉬운 ‘보통재산’이 아닌 ‘기본재산’으로 분류돼 있어서다.

기본재산을 매각하려면 해당 단체 이사회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인 설립 시 출연 받은 재산 위주인 기본재산의 처분을 신중하게 해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기부 받은 부동산까지 기본재산에 편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라 한국컴패션 경영지원실장은 “사회복지법인이 아닌 일반 법인들은 기부받은 부동산을 보통재산으로 편입할 수 있어 형평성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활용할 때 제약도 적지 않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기부 받은 부동산의 취득세를 면제해 준다. 다만 △해당 부동산을 5년 내 수익사업에 사용하거나 △3년 안에 고유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거나 △고유 목적에 맞게 사용한 기간이 2년 미만인 상태에서 매각이나 증여를 한 경우는 예외로 규정해 취득세를 부과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처분 조건과 세제 조항 때문에 기부 받은 부동산을 재산세 등 세금만 납부하며 묵혀 두는 경우도 있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가령 기부자가 카페를 기부했다면 이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수익으로 후원 등 목적사업을 하면 된다”며 “수익사업으로 쓰는 것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법인 운영의 자율성을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기부 받은 부동산뿐 아니라 출연 자산을 활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국내 한 장학재단은 오랜 저금리로 인해 최근 장학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엔 출연 자산의 이자로 사업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을 충당했지만 수년 전부터 금리가 너무 낮아져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재단 대표는 출연 자산을 허물어 향후 10년 동안 장학사업 재원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에게 “기본재산은 허물 수 없다”는 회신을 받고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이 때문에 기부 관련 세제 등을 사회 변화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은 1950년대 제정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기부금을 불투명하게 모금하고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단체들을 관리 및 감독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부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호경 밀알복지재단 특별후원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기부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자산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에선 출연자나 기부자의 뜻에 따라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이 자유롭다. 기부금품 등 자산을 은행에 잠자게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치를 높여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려야 한다는 게 재단이나 기부단체의 운영 목표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재단이 당해 수입의 80%를 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미국은 기부자와 재단이 향후 10년 동안의 사업 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성과를 공유한다”며 “한국도 기부금 중 기본자산 편입 비율을 제한하고, 당해 수입의 80%는 목적사업에 활용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부동산 기부#관련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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