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피크닉 올 수 있게 놀이터처럼 꾸밀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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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이후 첫 리모델링 진행
전북도립미술관 김은영 관장

전북도립미술관이 9월부터 야외 정원과 외관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높은 계단, 경관을 막는 가로수 등 군더더기는 빼고 관객이 채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김은영 관장은 “모악산을 끼고 있는 미술관의 특징을 살려 문화 관광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전북도립미술관이 9월부터 야외 정원과 외관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높은 계단, 경관을 막는 가로수 등 군더더기는 빼고 관객이 채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김은영 관장은 “모악산을 끼고 있는 미술관의 특징을 살려 문화 관광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지난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4개월간 미술관 공사를 했다. 증축에 4억 달러(약 4475억 원), 리모델링에 5000만 달러(약 600억 원)가 투입된 대규모 공사였다. 휴관하는 동안 글렌 로리 MoMA 관장은 전 세계를 돌며 미술관 리노베이션을 홍보했다. 그는 “회화, 조각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형태를 담고, 관객에게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예술의 의미가 확장되고 시민의 관심도 커지면서 미술관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도 이런 흐름에 맞춰 개관 이후 첫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지역 곳곳에 공립 미술관이 생기는 가운데 기존 공립 미술관의 새 단장은 흔치 않은 사례다. 16일 전북 완주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김은영 관장(사진)을 만났다.

○ 높은 계단 치우고 자연 속 놀이터로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전북도립미술관은 앞에 구이호수가 펼쳐져 경관이 아름답다. 그러나 입구까지의 높은 계단과 가로수가 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길을 망설이게 한다. 김 관장은 “2004년에 지어졌지만 전형적인 1980년대 스타일의 미술관”이라고 했다.

“입지는 좋지만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시각적 매력이 미진했죠. 이 시대 미술관은 소장품으로 공부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해요. 피크닉 온 사람들도 현대미술을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이 같은 생각을 염두에 둔 리모델링은 실시 설계까지 마쳐 9월 시작된다. 높은 계단은 철거되고 입구는 1층으로 옮긴다. 미술관 앞마당에는 가로수 대신에 잔디밭, 야외 카페와 자연 놀이터가 생긴다.

각종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창작을 경험하는 공간인 아트팹랩(Art Fab Lab)도 새로 들어선다. 세계적 미디어아트 연구소인 ZKM,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실험 공간을 일반인 체험 공간으로 변용했다. 1층 현관 입구에서 통유리를 통해 아트팹랩을 볼 수 있게 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의도다.

○ “공립 미술관끼리 협업해야”
김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덕수궁 시절부터 함께한 1세대 큐레이터다. 서울대 미대를 다녔지만 유준상 초대 서울시립미술관장의 강연을 듣고 기획자를 꿈꿨다.

“해외 미술관에 연수를 가서 충격을 받았죠. 이미 전시 소통 방법론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었어요. 그 근원을 알기 위해 미국 JFK대에서 미술관학을 공부했습니다.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SFMoMA, LACMA 등에서 현장 실습을 했고요.”

김 관장은 2014년 MMCA 서울관 개관 당시 교육정보서비스팀장을 맡았다. 미국 댈러스미술관과 협업해 ‘MMCA 프렌즈’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아트팹랩을 개설했다. ‘도심 속 미술관’을 표방한 서울관은 개관 첫해 관객 100만 명을 넘겼다.

미술관은 ‘전북 미술사 시리즈’로 지역 미술 연구도 심화할 예정이다. 한국 미술사에서 저평가된 지역 작가를 조명하는 작업이다. 지난해에는 전북의 서예·문인화 전통을 이은 ‘수묵정신’전을 열었고, 올 하반기에는 비원파 작가인 천칠봉(1920∼1984)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가 예정돼 있다.

“1960, 70년대 컬렉터에게 사랑을 받았던 작가입니다. 미술사적으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랑과 옥션에서 거래가 됐는데, 미술사적 맥락을 객원 큐레이터와 함께 연구 중입니다.”

김 관장은 “미술관들이 협력해 전시 방법이나 경영에 관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며 “매년 세미나와 콘퍼런스로 교류하는 해외처럼 각 미술관이 경험과 정보를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완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전북도립미술관#리모델링#김은영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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