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 코로나19에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7월 3일 14시 58분


코멘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게임업계가 처한 상황이다.

먼저 게임을 질병으로 지정한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게임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게임 플레이를 추천했다. 직접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다만, 그간 WHO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이제이(以夷伐夷)’ 수준의 코미디와 같은 상황이다.

PlayApartTogether_제공 유니티
PlayApartTogether_제공 유니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사들은 WHO의 이러한 모습에 응답했다. 많은 사람이 집안에서 머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었다. 세계적인 게임사들도 모여 #PlayApartTogether 캠페인에 동참했다. 소니, 유비소프트, 에픽게임즈 등 많은 게임사가 세계적 위기 상황에 게임이 가진 가치가 증명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쉽지 않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집 안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몰렸다.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같은 타이틀은 코로나19로 우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세계 최고 인기 타이틀이 됐다.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국내 게임 시장도 효과를 봤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모바일 게임 등의 이용 시간 증가했고, 지난 3월 기준으로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가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다. 특히, 매출 측면에서도 1분기에 국내 주요 게임사 실적이 대폭 늘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리니지2M’ 형제의 활약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올렸다. 넥슨도 중국의 코로나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지만,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넷마블 등 글로벌 시장 의존도가 큰 회사들은 2분기 실적 반영이 예상된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이동 제한 등의 3월 말 본격화됐고, 이후 미국에서만 45%의 게임 이용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닐슨 조사 자료_출처 닐슨 트위터
닐슨 조사 자료_출처 닐슨 트위터

정부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주요 산업으로 게임산업을 지켜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및 관계 부처는 지난 5월 7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을 준비과정이며, 게임은 새로운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게임산업이 정보기술(IT)산업을 선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4대 핵심 전략과 16개 역점 추진과제를 마련해 게임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통해 2024년까지 일자리 10만 2,000개 창출, 매출액 19조 9,000억 원, 수출액 11조 5,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이 다수 밀리고 연기됐다. 당장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약속했던 작품들은 하반기로, 하반기 출시를 약속했던 작품들도 연내 혹은 내년 초 출시로 기간을 연장했다. 2021~2022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던 작품들도 당연히 목표에 맞추기 어렵게 됐다.

신작들의 출시가 미뤄지면서 기존 인기작을 보유한 게임사들에 매출이 집중되는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부족한 국내 신작의 자리는 중국 게임사의 신작이 자리를 메웠다. 그 현실은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차트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심지어 국내 게임사들도 신작의 부재를 중국산 게임들로 채우기도 했다.

5월산업동향_출처 통계청
5월산업동향_출처 통계청

여기에 또한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기자 간담회 대규모 게임 전시회 등이 힘들어지며 게임을 알리는 데도 힘이 더 들게 됐다. 그나마 전시회 등의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효과가 얼마나 될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무턱대고 큰 비용을 투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오프라인이 핵심인 VR테마파크와 PC방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PC방의 경우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사례도 나왔으며, 3~4월에는 영업 중단 권고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최근에도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학원,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운영 및 이용 자제가 안내됐다. 일부 지자체는 방역 수칙을 어기면 고위험시설이 아니더라도 최대 폐쇄조치를 내리겠다는 강경책까지 꺼내 들었다.

특히, PC방 업계는 먹거리 판매 등을 주요 부가 수익으로 챙기고, PC 이용요금을 최소화하며 출혈 경쟁해왔다. 대형 PC방 들은 많은 이용자를 기반으로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이러한 구조가 단 3~4개월 만에 무너졌다. 이용자가 없으니 사업이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는 것이다. 경영난이 이어진 일부 PC방의 경우 실제 폐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임종합지수_출처 게임트릭스
게임종합지수_출처 게임트릭스

PC방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임트릭스가 발표한 5월 게임 월간 동향을 살펴보면 영업 중단 권고가 내려온 3~4월 게임 종합 지수가 최저점을 기록했다. 특히 4월의 경우 올해 1월 대비 142포인트 떨어진 259에 그쳤다. PC방 사업의 축소는 한국 게임산업의 규모의 축소와도 곧바로 이어지는 문제다.

코로나19 사태가 게임업계에 장밋빛 전망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후 게임 매출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취미활동에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PC방이나 주요 취미생활 등이 포함되는 예술·스포츠·여가 분야 서비스업이 전년동기대비 40.1% 감소했다. 지난 3월에도 47.5%, 4월에도 45.4% 감소했다.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825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코로나 이후 지출을 줄인 항목에서 취미 생활이 외식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실내 취미 생활로 주목받았지만, 그 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단 얘기다. 특히, 국내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무료 다운로드 이용자가 증가해도 게임사에 더해지는 이익은 거의 없다. 게임 다운로드는 증가했지만, 결제 이용자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조금씩 들려온다. 서버 등 비용은 증가하지만, 수익이 늘지 않는 것이다. 게임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산업이 크게 주목받고 성장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용자들의 구매력 하락이 우려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