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주요 화기 고장난 것도 몰라… 대북 대비태세 허점 드러내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신규진 기자 입력 2020-05-14 03:00수정 2020-05-1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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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K-6 불발은 공이 파손 때문” 군은 13일 북한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사건을 조사한 결과 K-6 기관총의 공이(탄환 뇌관 격발장치) 파손 등 일부 미비점이 있었지만 전반적 대응 절차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전방 부대의 주요 화기가 핵심 부품이 부서진 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다 군이 이번 사건을 ‘우발적 오발’로 속단하고 무리한 꿰맞추기로 의혹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 K-6 미격발, 사건 당일 상부에 보고도 안 해


군은 북한군의 GP 총격 직후 대대장(현장지휘관)이 K-6 기관총의 원격 발사를 지시했지만 불발돼 대응사격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탄환 후미(뇌관)를 때려 격발시키는 K-6 기관총의 공이가 부서진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 이 때문에 GP 관측소 등에 피탄 확인 후 22분이 지나서야 K-3 기관총으로 첫 대응사격이 이뤄졌다. 합참 관계자는 “매일 총기 노리쇠의 이상 유무를 현장 점검하지만 공이 파손 여부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며 “K-6 기관총의 기능 고장이 없었다면 10분 이내 (대응)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사시 장병 안위와 직결된 주요 화기의 핵심 부품이 파손된 채 방치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정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부대는 K-6 기관총 고장 사실을 당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전방 부대의 GP 소초장으로 근무한 한 예비역 장교는 “언제든 총탄이 날아들 수 있는 부대에 배치된 중화기가 고장 난 사실조차 몰랐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전반적 대비태세가 이완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北 고사총 유효사거리 몰랐나, 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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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당초 남북 GP 간 거리(1.5∼1.9km)가 북한이 쏜 고사총(14.5mm 기관총)의 유효사거리 밖이라는 점을 ‘우발적 오발’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유효타격’을 줄 수 없는 지리 전술적 여건에서 북한이 의도적 총격을 가했을 개연성이 낮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군이 과거 K-6 기관총의 유효사거리를 3km로 적시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사실 등이 공개되면서 북한을 의식해 유효사거리를 축소해 브리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13일 “대공화기인 고사총은 대공 유효사거리만 공식 인정되고 지상 유효사거리는 한미 군 공식 자료에도 없다”면서 “당시 합참 실무자가 대공 유효사거리를 혼돈해 설명하는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제출 자료도 실무자가 여러 책자 자료를 취합해 작성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공화기를 지상에서 수평으로 쏘면 사거리가 더 나갈 수밖에 없고, 고사총의 경우 수평 최대사거리가 8km에 달하는 데다 북한군이 오래전부터 GP에 배치, 운용한 사실을 잘 아는 군 실무자가 그런 착오를 했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리 GP에 1∼2m 탄착군 형성됐는데도 ‘우발적 오발’ 고수

군에 따르면 북한군이 쏜 고사총의 탄흔 4개는 아군 GP 관측실 좌우 벽면 1∼2m 범위에서 모두 발견됐다. 총탄이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집중되는 ‘탄착군’을 형성한 것. 표적을 겨냥한 조준사격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군은 우발적 오발이라는 판단을 고수했다. 합참 관계자는 “남북 GP의 주요 화기는 항시 서로를 정조준한 상태로 운용된다”고 말했다. 근무 교대 과정에서 총기를 점검하다가 방아쇠를 잘못 당기더라도 상대 GP의 주요 부위에 총탄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군의 속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짙은 안개 등 나쁜 시계(視界)로 우리 군의 대북 관측이 제한되는 틈을 노려 우발을 가장한 도발을 감행했을 개연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군이 우발적 오발로 단정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모양새로 국민에게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북한#gp 총격#k-6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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