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30년 투쟁 오류·잘못 극복해야”…정의연 논란에 입장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13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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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1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2019.11.20 © News1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1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2019.11.20 © News1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가 “우리 사회 공통의 가치인 인권과 평화, 화해와 용서, 연대와 화합을 이루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칩거에 들어간지 6일 만이다.

이 할머니는 13일 ‘여성인권운동가’라는 자격으로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 같이 전했다.

그는 “첫째,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은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당사자인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앞서 이 할머니는 7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성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며 다음 주부터 수요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거세게 확산됐다.

당시 그는 “(수요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이는지 모른다”며 사실상 정의연을 겨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성금은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 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며 이 할머니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대구 기자회견 이후 6일 만에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는 논란보다 ‘화합’에 초점을 맞춘 해결책을 요구했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대안책을 요청한 셈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해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돼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할머니는 ”기성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근거없는 억측과 비난, 편가르기 등이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할머니가 경향신문을 통해 밝힌 입장 전문이다.

<정의연 논란에 대한 입장문>

저 이용수는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논란과 관련하여 몇가지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겪은, 또 일본의 만행을 똑같이 온 몸으로 겪어왔던 할머니들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가해국인 일본의 공식적인 범죄인정과 사죄, 당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법적 배상, 당시 책임자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과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이 이루어져야 함을 밝힙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이 문제 해결를 위하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그 이후 정의기억연대와 더불어 많은 활동을 함께 하여 왔습니다. 그간 활동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전 인류가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공감과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은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당사자인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하여 추진하고, 그 성과들을 정리하여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셋째,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하여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되어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기성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근거없는 억측과 비난, 편가르기 등이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 국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합의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평가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간 우리의 활동은 많은 이들의 공감에 바탕하여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왔습니다.

아픔은 또다른 아픔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감싸고 보듬어주는 마음에서 치유된다 생각합니다.

그간 국민들께 많은 도움과 치유를 받아왔습니다.

자랑스런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온 성과를 디딤돌 삼아 우리 사회 공통의 가치인 인권과 평화, 화해와 용서, 연대와 화합을 이루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 이용수는 그러한 가치를 세워나가는 길에 남은 여생, 미력이나마 함께 할 것임을 말씀드리며 많은 분들의 공감과 손잡음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5월 12일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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