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4세 경영 없다”…삼성 경영 앞으로 어떻게 되나

뉴시스 입력 2020-05-06 18:06수정 2020-05-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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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문제 사과하며 "4세 경영 없다" 깜짝 선언
소유와 경영 분리하는 전문경영인 체제 유력할 듯
롤모델 스웨덴 발렌베리家 재단 소유 모델도 가능
이 부회장 1968년생 젊은편…자녀도 어려 '불확실성'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4세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재계 1위 삼성그룹의 미래 경영권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과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관해 비난 받았다”라며 “최근에는 승계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한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라며 “법을 어기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 받을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 가치 높이는 일에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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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다”라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힌 것을 두려워 해왔다”라고 했다. 이어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은 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현재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재판과 관련이 깊어보인다. 삼성은 현재 ▲국정농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등 재판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이 모두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대국민 사과 역시 그룹 전반의 준법체계를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에게 승계 과정 중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을 반성하고, 향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에 공표하라고 주문하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내용은 준법위 권고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 부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4세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만큼 준법위의 권고를 심사숙고한 끝에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향후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어떻게 흘러갈 지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방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전문경영인 체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힘이 실린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3개 부문의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반도체의 디바이스솔루션(DS), 스마트폰의 IT&모바일(IM), 가전의 소비자가전(CE)을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각 사업부문장이 총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외풍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실적을 내 온 비결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사회 역시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018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한데 이어 올해에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향후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같은 체제가 완성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총수 자격을 유지하며 글로벌 네트워킹과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집중하며 책임경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으로는 삼성 오너가가 롤모델로 삼았던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승계 방식도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중공업기업 ABB와 은행 등 100여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160여년간 5대에 걸친 승계 과정에서도 스웨덴 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소유하지만 지배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지배구조와 능력에 따라 이뤄지는 후계자 선정 방식에서 비롯됐다.

발렌베리 가문은 그룹을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인베스터는 자회사들을 지배하고 있지만 경영은 전문경영인을 통해 이뤄진다. 이 인베스터도 발렌베리 가문이 세운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이 재단에 자회사들의 경영 수익이 배당으로 지급된다. 이는 다시 사회에 환원되고 있다.

후계자 선정 방식은 능력순이다. 경영권 승계는 적합한 후계자가 있을 때 가능하며, 혼자의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야 하는 등 엄격한 조건하에서 진행된다. 후계자를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뽑아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을 추구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856년 창업 이후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사회의 존경을 받는 발렌베리 가문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3년에 발렌베리 가문의 오너들을 만났으며 이후 삼성가와 발렌베리가는 꾸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도 발렌베리가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발렌베리 SEB 회장과 경영진의 방한 당시에도 한남동 리움미술관에 초청해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당시 마르쿠스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이 북유럽 기업들이 가진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며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적 부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 이후를 거론하기는 이른 감이 적지 않고, 이 부회장 슬하에 자녀 역시 이제 막 성인이 된 정도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 문제는 결국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삼성 관계자는 “향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발표된 내용이 전부”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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