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다고…” 부유층만 이용 가능한 코로나 검진시설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1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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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은 의료 인력과 병실이 부족해 난리인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래도 됩니까?”

프랑스에서 일부 부유층이 유명 휴양지 내에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 시설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지역 매체 바흐 마땅(Var-Matin) 등에 따르면 유럽 내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진 후 프랑스 남부 도시인 생트로페 내 부촌 지역에 민간 코로나 검진센터가 설치됐다. 해당 구역은 억만장자 등의 호화 빌라나 별장이 모여있는 33만 평 규모의 구역(Les Parcs de Saint-Tropez)으로, 코로나 검진하는 의사 등 의료인력이 상주하고 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별도로 설치된 검진 시설에서 거주민 만을 위한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 검사를 시행했다.

생트로페는 니스에서 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휴양도시로, 연간 전 세계에서 매년 600만 명이 찾는 고급휴양지로 통한다. 각종 명품매장도 많아 쇼핑장소로도 유명하다. 루이뷔통 등 명품으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영국 최고급 백화점의 대명사인 해러즈 백화점의 소유주 모하메드 알 파예드, 인도 최대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의 락슈미 미탈 회장 등 180명 가량의 억만장자 소유의 호화 빌라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헐리우드 유명스타도 자주 찾는 곳이다.

최상위 부유층이 비싼 비용을 내고 자신들만 코로나 바이러스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의료시설을 휴양지 내부 공간에 설치한 것이다. 해당 의료 시설은 약사 출신이자 프랑스 남부에서 병원 체인을 운영 중인 사업가 장 루이 오게 씨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프랑스 내에서는 ‘코로나 감염도 양극화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현재 프랑스 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5만5383명, 사망자는 2만265명에 달한다. 의료시설이 포화돼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유층 만이 사용하는 검진센터가 생기니 반감이 커진 셈이다.

더구나 생트로페 일대 지역에는 코로나 검진이나 치료가 가능한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해당 지역 주민들도 “병실이 없어 난리인데 너무 한다”, “빈부 격차를 비판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계속되는 이유”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 보건소는 “해당 부촌에서 코로나 검진이 이뤄진 사실을 알고 있다”며 “양성 판정이 나온지는 알 수 없다. 사유지에서 일어난 일이라 지자체 관할 밖”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뿐 만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바이러스 카스트’ 제도가 생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인도의 계급체계인 카스트와 같이 코로나도 빈부격차에 따라 감염이나 예방, 치료 여부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유럽은 물론 미국 부유층들은 각종 봉쇄령이 시행되자 도심을 떠나 휴양지 별장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만난 한 파리 시민은 기자에게 “잘 사는 사람들은 이동제한령을 피해 다 파리를 벗어나 놀러간 상태”라며 “반면 저소득층은 계속 마트 등에서 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감염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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