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년후 면역-감염 문제 해결… 동물 장기 이식 ‘OK’

김상훈 기자 입력 2020-03-07 03:00수정 2020-03-0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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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학을 말하다]<5·끝>‘장기 이식’ 대기 고통 언제 끝날까
미래에는 이식받을 장기가 없어서 생명을 잃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 조작과 줄기세포 기술을 접목해 동물 장기를 이식하거나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인공장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점차 발달하고 있다. 의료진이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심장을 만드는 가상 이미지. 고려대의료원 제공
한때 중국에 가서 신장을 이식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감염과 면역 거부 반응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으로 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국내에서는 기증된 장기가 적어 장기 이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장기 이식을 받기 위해 등록한 대기자는 3만8000여 명이다. 대기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장기 기증자는 줄어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자의 평균 대기 시간은 1711일이었다. 4, 5년을 기다려야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7년 이상 장기 이식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도 7096명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장기 이식 분야의 획기적 기술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 분야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희망이 될 새로운 기술은 언제쯤 나타날까.

○ “면역 문제 해결하면 동물 장기 이식 가능”


1960년대, 해외에서 장기 이식과 관련해 독특한 임상시험이 이뤄진 적이 있다. 침팬지, 원숭이 같은 영장류 동물에서 간, 심장, 신장을 적출해 사람에게 이식했다.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고는 하나 현재의 의학적 수준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운 실험이었다. 이 무모한 도전은 당연히 실패로 끝났다. 환자는 모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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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즘에는 이런 실험 자체를 하지 않는다.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이식 수술에는 성공하더라도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 장기가 안착할 수 없다.

하지만 동물의 장기를 이용한 이식 연구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요즘에는 돼지 장기를 주로 사용한다. 돼지의 유전자 구조가 사람과 흡사하고 유전자 조작이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돼지는 6개월 만에 성체가 되기 때문에 장기를 빨리 성장시킬 수도 있다.

돼지의 장기를 곧바로 사람에게 이식하지는 않는다. 우선 원숭이 같은 영장류에 이식해 반응을 본다. 주로 심장, 신장, 간 등의 장기 이식 시도가 많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장기, 특히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대체로 1년 정도 생존한다. 첫 실험에서는 3개월을 넘기지 못했었다. 수명을 상당히 늘린 셈.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직접 이식하려면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면역 문제다. 돼지 장기를 유전자 조작한 뒤 사람에게 이식하더라도 면역 거부 반응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우선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물 장기의 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심장을 예로 들자면, 돼지에서 심장을 적출한 후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심장의 모든 세포를 제거한다. 그렇게 되면 심장이라는 ‘구조물’만 남는다. 얼핏 보면 껍데기가 되는 셈인데, 그 대신 이 구조물은 면역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앨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이 구조물을 본격적으로 심장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밟는다. 보통은 이때 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줄기세포를 구조물에 투입하면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심장으로 발전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바로 감염이다. 돼지만 걸리는 고유한 바이러스 질환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로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하면 새로운 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까. 장기 이식 전문가들은 대체로 5∼10년 후에는 돼지 장기를 이식할 수 있을 만큼 안전성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장기 이식 후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도 과제다. 이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다른 대안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동물 장기를 이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 장기 이식이 보편화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장기 부족 사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선천성 소아 심장질환의 경우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동물 장기를 여러 번 교체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 “3D 장기 프린팅 연구 활발”

2017년 11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아래턱뼈를 이식하는 수술이 시행됐다. 환자 A 씨는 구강암 환자였다. 혀에 발생한 악성종양을 치료했는데, 나중에 혀와 어금니 뒤쪽에서 재발했다. 암 세포는 턱뼈까지 침범했다. 의료진은 아래턱뼈를 제거하고 새로 이식하기로 했다.

보통 아래턱뼈를 재건하려면 종아리뼈나 갈비뼈를 사용한다. 의료진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티타늄 재질의 아래턱뼈를 새로 만들어 이식한 것. 혀와 구강 점막을 대신하기 위해서 피부와 연부 조직을 함께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가 3D 프린터로 인조합금 두개골을 만들어 이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이 기술을 활용한 수술은 40건이 넘었다.

이런 수술은 ‘3D 장기 프린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물론 아직까지는 심장이나 신장, 간 같은 장기를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인공 장기 생산으로 이어지려면 ‘바이오 잉크’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 인쇄물을 잉크로 찍어내듯이 장기를 3D로 찍어내려면 수만 개의 세포로 이뤄진 잉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이오 잉크다.

국내에서도 이 바이오 잉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기업은 바이오 잉크를 이용해 인공 간을 ‘찍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각막을 3D 프린터로 만들었고, 중국에서는 인공혈관을 제조해 영장류에게 이식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시도가 있다고 해서 현재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는 없다. 이렇게 만든 장기라 해도 면역 거부 반응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이오 잉크의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장기의 이식은 언제쯤 보편화할까. 장기 이식 전문가들은 최소한 20∼30년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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