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 돼라”…칼 빼든 신동빈, 롯데 ‘조직 개편·세대 교체’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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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9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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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News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News1
신동빈 회장이 ‘게임 체인저’를 주문하며 조직 개편과 세대 교체를 동시에 단행했다. 그동안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던 신 회장이 변화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롯데 지주는 황각규 부회장과 송용덕 부회장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유통BU장에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에게는 호텔&서비스BU장을 맡겨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을 마무리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롯데그룹은 19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만 17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사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라”고 주문했다.

사업 환경이 어려워졌지만, 남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대신 직접 판을 바꿀 수 있는 선두업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그룹 주요 사업부문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50대 중반의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선임하고 젊은 대표와 신임 임원을 적극 발탁하는 등 인사 쇄신을 통해 롯데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주의 투톱 체제다. 롯데지주가 중심이 돼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가야한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존 황각규 부회장 체제에 송용덕 부회장이 더해졌다.

황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과 글로벌 사업 전략·재무·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한다. 이사회 의장도 그대로 맡기로 했다.

송 부회장은 인사와 노무·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하며 그룹의 인재 육성과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구도다.

롯데지주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분야별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미래 성장에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통BU장과 호텔&서비스BU장도 교체했다. 유통BU장은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선임됐다. 신 회장은 1등 유통 그룹의 지위를 위해 강 부회장에게 이커머스 역량 강화 미션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강 부회장은 유통 소비의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쿠팡을 넘어 롯데e커머스를 업계 1위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롯데e커머스 부문은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온라인 사업부문을 통합,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체험형 콘텐츠와 오프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품목 등이 대표적이다.

이봉철 신임 호텔&서비스BU장은 호텔롯데 상장이 최우선 과제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정점’으로도 불린다. 롯데지주 출범 전까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호텔롯데 지분의 99%를 일본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해 그동안 국적 논란이 제기됐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일본 지분의 영향력을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 BU장은 면세점 실적을 끌어올리고, 이를 앞세워 호텔롯데의 상장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이 사장의 보임으로 호텔BU는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을 비롯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외에 실적과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인정받은 170명의 임원이 승진했다.

특히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도 여성 인재와 글로벌 인재를 적극 발탁했다. 여성 인재의 성장이 롯데의 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 신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매년 여성 리더십 포럼(와우포럼)을 여는 등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올해는 롯데칠성음료 진은선 디자인센터장과 롯데슈퍼 조수경 온라인사업부문장, 롯데홈쇼핑 유혜승 OneTV부문장, 롯데첨단소재 강수경 선행디자인부문장이 승진했다.

또 대홍기획㈜ 양수경 전략솔루션1팀장, ㈜호텔롯데 장여진 마케팅부문장, 롯데월드 박미숙 서울스카이 운영팀장은 새롭게 여성임원으로 선임됐다.

여기에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해외 인재도 강화했다. 카자흐스탄 라하트(Rakhat) 법인의 콘스탄틴 페도레츠(Konstantin Fedorets) 법인장과 인도 하브모아(Havmor) 법인의 아닌디야 두타(Anindya Dutta) 법인장이 임원으로 선임됐다.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의 휴메이르 이잣(Humair Ijaz) 법인장은 상무보B에서 상무보A로 승진했다.

롯데는 “이번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2020년 대내외 산적한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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